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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골프 야심, 세계 골프 주도권 경쟁 격화 조짐

중앙일보

입력

그렉 노먼. [AP=연합뉴스]

그렉 노먼. [AP=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항마로 새로운 골프 리그가 출범할 것이라는 이슈가 프로 골프 투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배경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는 말이 무성하게 나왔다. 이른바 중동발(發) 프로골프 투어 주도권 싸움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매체들 "노먼, 사우디가 돕는 골프 시리즈 커미셔너 내정" #사우디 배경 새 골프 투어에 PGA 투어는 꾸준하게 불쾌감

28일 미국 골프위크를 비롯해 골프채널, 골프닷컴 등 복수 매체들은 "호주의 그렉 노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골프 시리즈의 커미셔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PGA 투어의 대안 무대로 주목받던 골프 수퍼 리그(SGL)나 프리미어 골프 리그(PGL)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투어에 사우디가 어느 정도 지원을 받는 지에 대해선 명확한 내용이 나온 적이 없다. 이에 미국 골프위크는 "복수의 골프계 관계자들이 확인한 사항이며, 새 투어엔 사우디의 지원이 있다"고 밝혔다.

두 차례 디 오픈 우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20승을 거둔 노먼은 과거에도 PGA 투어에 대항하는 투어 창설을 기획한 바 있다. 1994년 월드 골프 투어 창설을 시도했던 노먼은 당시엔 충분한 돈을 끌어들이지 못해 계획이 좌초됐다. 그러나 사우디를 내세워 새 골프 투어 창설을 기획하던 단체가 노먼에게 제안하고, 이에 노먼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 열린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했던 더스틴 존슨. [사진 골프 사우디 SNS]

올해 초 열린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했던 더스틴 존슨. [사진 골프 사우디 SNS]

최근 'PGA 투어의 대항마'로 수면 위로 떠오른 PGL은 내년 9월 출범을 목표로 40~48명의 선수가 참가하며 연간 18개 대회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개인전과 더불어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 형식의 팀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에 걸린 총 상금액은 2억4000만 달러(약 2837억원)에 달한다. PGA 투어(총상금 4억 달러)보다 상금 규모는 적지만 PGL의 대회 수와 선수 규모가 적어 대회당 상금은 더 커진다. 골프계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자들이 10억 달러의 실탄을 마련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동요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또  로리 매킬로이, 브룩스 켑카, 욘 람 등이 PGL 합류를 꺼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우디는 거액의 자본을 앞세워 스타급 선수들을 유치하는데 공들이고 있다. 내년 2월에 사우디에서 열릴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PGA 투어 사무국은 "투어 선수가 가면 향후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 2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해 에이브러햄 앤서(멕시코), 케빈 나(미국),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 등이 사우디 인터내셔널 출전 의사를 밝혔다. PGA 투어는 이들의 출전 여부 승인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는 다음달 초엔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과 아람코 팀 시리즈 대회를 잇따라 열 계획이다. 골프계에 연이은 사우디의 물량 공세 등에 미국이 긴장하고 있고, 세계 골프계가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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