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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조카며느리' 박태정 여사 별세, 말년엔 가난뿐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1920년 상하이에서 살던 안중근 의사의 유족 사진. 오른쪽부터 안의사의 아들 준생, 동생 정근, 정근의 아들 원생, 안의사의 딸 현생, 동생 공근의 아들 우생. 연합뉴스

1920년 상하이에서 살던 안중근 의사의 유족 사진. 오른쪽부터 안의사의 아들 준생, 동생 정근, 정근의 아들 원생, 안의사의 딸 현생, 동생 공근의 아들 우생. 연합뉴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조카며느리 박태정 여사가 2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91세.

25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의 친동생이자 독립운동가인 안정근(1885~1949) 지사의 며느리인 고인은 국내에 거주하는 안 의사 형제의 혈족 중 가장 가까운 유족이다.

박태정 여사 별세…국내 거주 혈족 중 가장 가까워 

박 여사를 비롯해 안정근 지사의 후손들은 넉넉지 못한 살림을 이어왔다. 가난에 병치레까지 더해져 고된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박 여사의 남편인 안진생씨는 1960년대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나라 대사를 지냈지만, 80년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본부 대사로 재직하던 중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 해임됐다.

안씨는 그 충격으로 뇌경색을 얻었고, 8년여간의 투병생활 끝에 88년 사망했다. 오랜 기간 가장의 투병 생활로 가세는 급속히 기울었다. 가족들은 월세를 전전하다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자리를 잡고 거주해왔다.

장녀 안기수씨도 지난 3월 먼저 세상 떠 

박 여사의 두 딸과 손녀 등 4인 가족은 지난 3월 별세한 장녀 고(故) 안기수씨가 보훈처에서 매달 받았던 수당 50여만원과 박 여사의 기초연금, 지인들의 도움 외에는 뚜렷한 수입원이 없었다고 한다.

평소 지병이 없던 박 여사도 지난해 낙상 후 몸이 안 좋아져 요양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박 여사의 삼일장을 치를 여유도 없이, 이날 바로 발인을 하고 고인을 용인천주교묘지에 안장할 예정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박 여사의 남은 딸과 그 손녀도 몸이 아픈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훈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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