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 이보영 박사 "초등 저학년 영어인증시험 신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10.22 07:00

초등학생이 치르는 대표적인 인증시험이 한자능력검정시험과 각종 영어인증시험이다. 미취학 아동이 각종 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 시대 학생들이 홈스쿨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족한 학습량을 보충하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인증시험을 알아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이 치르는 인증시험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운 한자를 반드시 한자어로 확인하라"

안재윤

안재윤

한국어문회가 실시하는 한자능력급수시험이 가장 대표적이다. 가장 낮은 단계인 8급은 읽기 50자로 미취학 아동도 흔히 도전한다. 한국어문회가 권장하는 초등 급수는 읽기 1000자, 쓰기 500자인 4급이다.

『우리말 어휘력을 키워주는 국어 속 한자』 등의 책을 낸 안재윤 작가는 “한자 공부의 목표를 한자급수시험이나, 한자를 익히는 것에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하는 한자 공부의 목표는 우리말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한자어를 익히는 것이다. 한자는 문자 자체를 뜻하고 한자어는 한자에 기초해 만들어진 말이다.

안 작가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개념어의 90% 이상이 한자어”라며 “한자어를 이해하려면 한자를 공부해야 하니 결국 한자 공부의 목표는 우리말 문해력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초등 교과서에 등장하는 한자어는 모두 한글로 표기된다.

“급수 한자만 외우는 데 그치지 말고 배운 한자로 구성된 한자어를 ‘직역’하는 방식으로 확인하는 학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처음 보는 한자어가 나오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한자의 뜻에서 그 한자어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한자 급수 시험에서 한자의 급수는 보통 사용 빈도에 따라 정해진다. 많이 사용하는 한자가 낮은 급수, 곧 ‘쉬운 한자’가 된다. 한자를 공부하다보면 획순이 복잡하고 어려운 한자가 낮은 급수에 들어있는 걸 볼 수 있다.

'學'(배울 학)과 '敎'(가르칠 교)는 복잡한 글자지만 8급에 속하고, 几(안석 궤), 欠(하품 흠)은 모양이 간단하지만 사용빈도가 높지 않아 1급 한자인 게 대표적인 예다. 즉, 낮은 급수만 공부해도 학교 교과에 등장하는 한자를 많이 익힐 수 있다.

안 작가는 “8~4급까지의 낮은 한자급수는 비공인 민간자격으로, 실제적인 자격증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한자·한자어 실력을 먼저 갖춘 뒤에 학습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해주는 동기부여 역할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초등 고학년 이전엔 영어인증시험 불필요"

초등생의 영어실력을 인증하는 시험은 종류가 많다. EBS가 주관하는 영어능력인증시험 토셀(TOSEL)부터 초등 중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베이직과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 미국 ETS가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든 토플 프라이머리, 초등 고학년부터 치르는 토플 주니어, YBM이 개발한 JET시험(초·중·고급) 등이 있다. 주로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 영역을 각 20분~50분 내외로 측정하고 급수를 배정한 뒤, 취약점을 진단하는 성적표를 배부한다.

영어교육 전문가 이보영 박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테스트는 영어 인증 시험을 포함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부모님이 아이의 실력이 궁금해서 인증시험을 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 입장에서는 매우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시험 난이도도 중요하다. 아이 입장에서 어렵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수준보다 어려운 영어 시험을 치른 뒤에 좌절해 영어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다. 그는 이러한 인증시험을 도전해 볼 적기로 “최소한 초등 고학년인 5, 6학년 이후에 도전해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시험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장시간 앉아있을 수 있는 나이다.

초등 고학년이 돼 처음 도전하는 영어인증시험으로는 국내 공·사교육 영어교육전문가가 협업해 개발한 토셀을 추천했다. 적절한 시험 횟수로는 연 1회를 권했다.

일단 시험을 접수했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인증시험을 통해 평소 실력을 알아본다 생각해서 준비 없이 치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 박사는 “평소 실력대로 치러야 하는 것은 영어 학원에 입학용 레벨테스트”라고 말했다. 그래야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는 이어 “본격적인 영어 공부는 결국 중학생 때부터 하는 것”이라며 “인증시험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이 많으므로 어떤 유형이고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한 다음에 기출문제도 반드시 풀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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