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마조비에츠키총리 각축/파 대통령 「전우」가 겨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인기 백중… “국력낭비” 비판도
폴란드 사상 최초로 직접선거로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그동안 관심이 집중돼 온 마조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4일 출마를 공식발표,폴란드 정계에 또한번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폴란드의회는 지난달 29일 야루젤스키가 제출한 임기전 조기대통령직 사퇴요구를 공식 승인한 바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6월 동 유럽국가중 처음으로 부분적 자유선거를 실시,자유노조가 미는 시민그룹이 압승했으며,9월 사상최초로 비공산계 주도 내각이 출범했다.
자유노조지도자 바웬사의 핵심 측근으로 총리에 취임한 마조비에츠키는 그동안 현실적 정치노선을 채택,공산당 세력과도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민주화개혁을 착실히 추진해 왔다.
특히 경제면에선 소위 「풀란드요법」이라는 충격요법을 동원,시장경제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천2백%에까지 이르렀던 살인적 인플레가 월 3%미만까지 수그러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그대신 실업이 급증,지난 6월에 이미 5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말까지 1백3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자유노조에 대한 인기가 크게 저하하자 바웬사 등 노조 지도부는 드디어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바웬사가 마조비에츠키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는 비단 이것만은 아니다. 자유노조는 당초 노동자 조직으로 출범했으나 81년 이후 지식인ㆍ가톨릭 등 반 정부세력이 가세,반 정부세력의 연합전선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현재 마조비에츠키정부의 중심세력은 바로 자유노조의 지식인 그룹으로 바웬사 중심의 노동자그룹은 사실상 권력으로부터 소외됨으로써 마조비에츠키정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그동안 바웬사는 마조비에츠키정부가 개혁을 느리게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내에 구 공산세력을 옹립시킴으로써 민주화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 마조비에츠키 총리 등 지식인그룹은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안정이며,안정속에서 경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하고,바웬사가 대중적 인기를 무기로 권력욕을 채우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반목은 자유노조의 분열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지식인 그룹은 자유노조를 탈퇴,민주행동시민운동(ROAD)을 결성했다. 이에대해 바웬사 진영은 중앙동맹을 결성,바웬사 대통령추대 캠페인을 벌여 정부에 압력을 가했으며,최근 들어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 두사람은 출신배경은 물론 성격면에서도 아주 대조적이다.
바웬사가 노동자출신으로 대중적 인기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한 선동가임에 반해 마조비에츠키는 변호사ㆍ언론인 출신의 지성적 인물이며 지식인ㆍ가톨릭을 그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민들의 인기도 배중지세로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마조비에츠키가 한발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 조사에선 바웬사가 이를 역전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사람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폴란드 정치는 앞으로 상당기간 곤경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1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경제개혁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긴 하나 4백1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ㆍ국민들의 생활고ㆍ생산성 저하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 사이의 이번 싸움에 대해 한 폴란드 신문이 『정쟁을 벌일 시간이 있으면 경제재건에 쓰라』고 지적한 것처럼 이번 대통령 선거가 국력낭비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정우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