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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글로벌 나간다”던 야놀자, 왜 인터파크 인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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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야놀자가 1세대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를 인수한다. 지난 7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2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이후 눈에 띄는 첫 행보다.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던 야놀자는 왜 인터파크를 손에 넣으려 할까. 인터파크는 1996년 창업한 국내 최초 이커머스 기업이지만, 한때는 이베이에, 최근엔 쿠팡·네이버 등의 공세에 밀려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이런 인터파크를 야놀자는 왜?

무슨 일이야

지난 14일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국내 1위 온라인여행사(OTA) 인터파크의 우선 인수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야놀자가 써낸 인수희망 금액은 2940억원. 그동안 야놀자가 추진한 인수 합병 중 가장 큰 규모다. 본 계약을 체결하면 야놀자는 인터파크의 전자상거래부문(여행・티켓・쇼핑・도서)을 떼어내 신규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야놀자가 이 법인의 지분 70%를 갖고, 인터파크가 나머지 30%를 보유한다.

야놀자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 사진 야놀자

야놀자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 사진 야놀자

인터파크? 야놀자가 왜

지난 7월 13일 인터파크는 “이커머스 시장에 거대자본이 투입되면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이익 기반 성장원칙은 지키기 어렵다"(강동화 대표)며 사업 매각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야놀자는 ‘기술 기반 성장 잠재력’을 앞세워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짜리 투자를 유치했다.

야놀자가 인수한 기업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야놀자가 인수한 기업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① 기술에 기술 더하기
야놀자는 “기술'에 진심”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초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는 ‘테크 올 인(Tech All-in)’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언했다. 초저가 숙박예약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 여행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 그런 야놀자가 3000억원을 들여 사려는 인터파크 역시 기술로 플랫폼 경쟁력을 키운 대표 사례다.

인터파크는 2004년 국내 여행사 중 가장 먼저 ‘비교 검색’을 선보였다. 항공권 검색・예약뿐 아니라 기내식, 마일리지 적립 등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여러 옵션을 비교 검색할 수 있게 한 것. 이후 2007년 ‘최저가 항공권'으로 항공 예약 시장을 잡았다. 비교검색을 통해 소비자를 모은 뒤 항공사로부터 최저가 좌석을 공급받은 전략이다. 인터파크가 ‘온라인 항공권 1위'로 올라선 비결.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예비입찰에선 빠졌던 야놀자가 인터파크의 ‘기술'을 보고 본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을 보유한 야놀자가 인터파크의 ‘실전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이번 투자의 성패가 달릴 수 있다. 인터파크가 여행·티켓 사업과 묶어 파는 쇼핑·도서 사업을 야놀자가 어떻게 안착시킬지는 숙제다.

② 빠진 퍼즐 채우기
야놀자가 ‘여행 슈퍼 앱’을 지향하지만 핵심인 ‘항공권 구매'는 빠져 있었다. 야놀자에서 항공권 검색은 하더라도, 예매·결제까지 끝내려면 소비자를 아웃링크로 연결된 사이트에 내줘야 했다. 호텔과 항공 예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점은 야놀자의 약점으로 꼽혔다.

인터파크 인수는 야놀자의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게다가 야놀자의 호텔・리조트・액티비티 등 여행 관련 상품을 인터파크에서 해외 항공권을 구매하는 소비자 250만명(최근 3년 평균)에 노출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직전 기준 인터파크의 여행 부문 매출은 약 2500억원(2019년)으로 전자상거래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야놀자의 2020년 매출은 1920억원. ‘위드 코로나’로 전환시 빠르게 회복될 해외여행 수요를 야놀자-인터파크가 흡수한다면 인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터파크 자유여행플랫폼. [사진 인터파크]

인터파크 자유여행플랫폼. [사진 인터파크]


③ “여기서 놀아” 놀거리 늘리기
야놀자는 숙박 예약을 시작으로 레저・액티비티(2018년), 철도・렌터카(2019년), 모바일 교환권(2020년), 맛집(2021년) 등을 추가하며 놀거리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인터파크의 강점은 한일월드컵부터 한국시리즈(야구), 미스터트롯, BTS월드투어까지 빅 이벤트 티켓을 단독 판매하는 ‘티켓 파워'다. 업계에선 인터파크가 국내 공연 예매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는 '야놀자=놀이 맛집'이란 인식을 더 강화하는 전략"이라며 "야놀자에서 BTS 월드투어를 예매하고 항공권, 숙박, 맛집까지 다 해결하는 그림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야놀자, 앞으로는

야놀자는 글로벌 트래블 테크로 도약하기 위해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소비자 대상 글로벌 온라인 여행 시장은 빅4(익스피디아, 부킹홀딩스, 트립닷컴, 에어비앤비)가 97%를 장악하고 있다(한국관광공사). 야놀자의 무기는 이 시장의 뒷단에 있다. 야놀자의 클라드 기반 객실 관리프로그램(PMS)은 170개국 3만 5000여 고객사를 보유한 글로벌 1위. 야놀자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자회사(야놀자 클라우드)도 설립했다. 야놀자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호텔 등 숙박업체)와 야놀자가 함께 여행 상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종윤 야놀자(앱) 대표 겸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7월 팩플과 인터뷰에선 “쇼핑몰 만들며 쌓은 클라우드 기술을 집약해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야놀자가 추구하는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놀자에 따르면, 야놀자의 클라우드 솔루션 판매는 지난 9월 한 달간 미국·필리핀·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0%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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