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머리''王자' 모두 이들에 찍혔다...野 4인 떨게한 커뮤니티

중앙일보

입력 2021.10.16 05:00

업데이트 2021.10.16 10:59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오후 제주시 연동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국민캠프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오후 제주시 연동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국민캠프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국민의힘 내부의 최대 이슈는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전날(13일) 오후 3시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열린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나왔다. 그런데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진행된 합동토론회에서 경쟁 후보들 누구도 이 발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에서야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알려졌고, 다른 후보들이 “오만방자하다” 등 비판 논평을 내면서 큰 파열음을 낳았다.

펨코에서 시작된 제주 발언 논란 

별 잡음 없이 넘어갈뻔한 윤 전 총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데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의 영향이 크다. 펨코에 전날 오후 5시쯤 윤 전 총장의 제주 발언 영상이 올라와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이 게시물엔 “보수 궤멸에 앞장선 게 누구냐”, “진짜 심각하다” 등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댓글이 200개 가깝게 달렸고, 조회수는 1만회를 넘어섰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된 건 윤 전 총장의 발언이 펨코에서 이슈가 된 한참 뒤인 이날 밤 늦게였다. 이용자들은 이 기사들을 퍼다 나르며 “크게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다음날 공론화가 됐다. 펨코는 20·30대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로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는 이용자가 많다. 윤 전 총장에게는 대체로 비판적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MBN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MBN 유튜브 캡처

이처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내 여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조용히 지나간 사안도 커뮤니티 내에서 이슈가 된 뒤에 공론화되는 경우도 있고, 커뮤니티 여론이 후보의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인 캠프 관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전 총장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는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서 시작된 이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경선 후보자 5차 TV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 손바닥에 ‘왕’자가 적혀 있었는데, 한 네티즌이 이를 캡쳐해 다음날 ‘뽐뿌’에 올렸다. 이 캡처 사진은 순식간에 다른 커뮤니티로 퍼졌고, 또 다른 네티즌은 앞선 3, 4차 TV토론회에서도 윤 전 총장 손바닥에 ‘왕’자가 적혀 있었다며 사진을 추가로 올렸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무속 논란’으로 공론화됐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이슈가 정치권에서 확대되는 경우가 많아 커뮤니티 여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보실에서 커뮤니티 여론을 종합해 후보에게 보고도 올리고, 캠프 내에서 공유도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내 상가번영회에서 열린 의정부갑,을 당원인사 행사에 참석,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내 상가번영회에서 열린 의정부갑,을 당원인사 행사에 참석,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무야홍’의 출발도 커뮤니티 

홍준표 캠프는 다른 캠프보다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에 더 민감한 편이다. 홍준표 캠프가 지난달 미디어 총괄 본부장으로 이영돈PD를 영입하려다 철회한 것도 커뮤니티의 반대 여론 때문이었다.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펨코 회원들이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많이 전달한다. 이PD 영입을 발표한 뒤에 ‘자영업자들 등돌리려고 하냐’며 비판 의견이 카카오톡 채널로 쇄도했다. 그래서 영입을 철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캠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특별히 신경쓴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 청년 공보단이 커뮤니티 여론도 취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 의원 별명인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도 펨코에서 만들어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유튜버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지지 선언을 한 뒤에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원 전 지사가 회자되고, 인지도가 높아졌다. 정치권에서 커뮤니티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무관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친여 커뮤니티 위장 가입 증거' 게시물. 캡처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친여 커뮤니티 위장 가입 증거' 게시물. 캡처

“‘국힘갤’이 근거”는 구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에 기대다가 구설이 된 경우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위장 당원’ 논란이 그 사례다. 지난 5일 TV토론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위장 당원 증거 있나”고 묻자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갤러리’에도 민주당 친여 성향의 지지자 이런 분들이 상당히 지금 이중가입을 하면서 ‘언제까지 (당원가입)하면 들어가서 누구 찍을 수 있냐’ 이런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 게시판에 올라온 ‘친여 커뮤니티 위장 가입 증거’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근거로 든 것이다. 다음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커뮤니티에 오가는 내용을 검증도 안 하고 발언하는 것 같아 캠프에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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