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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혐의’ 35세 오스트리아 총리 사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제바스티안 쿠르츠

제바스티안 쿠르츠

유럽 청년정치의 상징이던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35·사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사임했다. 기사 청탁을 위해 언론사 광고비 명목으로 공금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전날만 해도 “사퇴는 없다”고 버텼지만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마저 사퇴를 압박하자 더는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쿠르츠 총리는 이날 수도 빈의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나라에 가장 필요한 건 안정성 확보”라며 사퇴를 밝혔다. 제기된 혐의에 대해선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총리는 물러났지만, 집권 국민당 대표와 의원직은 유지한다. 후임 총리 후보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52) 외무장관을 추천했다.

오스트리아 검찰은 지난 6일 쿠르츠 총리가 외무장관이던 2016년부터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재무부 자금을 지급해 호의적인 보도를 유도하고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 시작을 밝혔다. 집권 국민당 당사와 총리실 압수 수색도 신속하게 마쳤다. 녹색당은 “흠결 없는 총리 후보를 지명하라”며 쿠르츠의 사임을 요구했고, 다른 야당과 함께 12일 불신임안 제출 계획을 확정했다.

세계 최연소 선출직 정부 수반인 쿠르츠 총리는 빈 대학교 법학과를 중퇴하고 23세에 국민당 청년대표를 맡았다. 빈 시의원을 거쳐 27세 때 총선에서 의원에 당선하고 외무장관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31세이던 2017년 압도적인 지지로 국민당 대표에 올랐으며 그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극우정당인 자유당과 연정을 이루고 총리에 취임해 유럽연합 (EU) 최연소 정부 수반이 됐다. 그해부터 2년 연속으로 타임(TIME)지가 선정하는 ‘세계 차세대 지도자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 성향은 중도우파인 국민당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당과 연정하며 무슬림(이슬람 신자)·난민 정책 등에서 자국민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는 그의 반이민 정책을 “반인륜적”이라고 비난했다.

쿠르츠는 2019년 5월 불신임안 통과로 물러났다가 총선 승리로 지난해 1월 총리에 복귀했다. 현지 정치학자 페터필즈마이어는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사퇴와) 실제 권력의 상실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총리를 그만두더라도 권력에 가까이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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