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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을 좋아했던 문해진, 가장 빠른 사나이를 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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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구미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남자 고등부 100m 경기에서 우승한 문해진(가운데). [사진 대한육상연맹]

10일 구미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남자 고등부 100m 경기에서 우승한 문해진(가운데). [사진 대한육상연맹]

박지성을 좋아했던 소년은 이제 김국영을 닮고 싶다. 전북체고 3학년 문해진이 전국체전 남고부 100m 정상에 올랐다.

문해진은 10일 경북 구미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육상 남고부 100m 결승에서 10초60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개인 최고 기록에는 약간 못 미치는 기록. 우인섭(경복고)이 10초66으로 2위, 서민준(용남고)이 10초76으로 3위에 올랐다.

육상 남자 단거리 유망주 비웨사 가시마(안산 원곡고)는 아킬레스건 통증 탓에 10초 76을 기록, 4위에 머물렀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박원진(설악고)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출발을 해 탈락했다.

문해진은 경기 뒤 "초반에 원진이가 실격당한 게 아쉬웠다. 연습한 대로만 하자는 생각으로 달렸다. 예선에서 좋은 기록이 나와 고등부 기록도 노렸는데 바람이 안 도와줘서 아쉬웠다. 내일 200m에서는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시즌 기량이 발전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엔 부정출발도 많이 하고, 실수도 많이 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지난 겨울 훈련이 잘 됐다"고 설명했다.

비웨사와 박원진, 손지원(경기체고) 등 남고부 100m에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해진은 "좋은 선수들이 있어 경기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됐다. 비웨사가 부상 때문에 잘못 뛰어서 아쉽다. 지원이나 인섭이도 정말 잘 한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해진의 원래 꿈은 축구선수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매일같이 공을 찼다. 문해진은 "박지성 선수를 좋아했고, 손흥민 선수도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축구하던 모습을 본 육상부 코치님의 제안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육상이었지만 그는 매일매일 더 빨라졌다. 문해진은 "많이 늦었지만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기록 보유자)김국영 선수가 롤모델이었고, 고등부 기록을 갖고 있는 신민규 형 폼을 보고 따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육상 단거리는 아시아인들에게 불가능한 종목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일본과 중국은 단거리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쑤빙톈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9초83의 아시아 기록을 세웠다. 일본도 기류 요시히데, 사니 브라운, 고이케 유키, 야마가타 료타 등 9초대에 진입한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김국영(10초07)을 제외하면 아직 접근한 선수가 없다.

실업팀 입단을 생각중인 문해진은 "10초대 초반 기록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나중에는 9초대의 벽을 넘어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그때는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비웨사는 "체전 개최 여부도 불투명했고, 3주 전에 아킬레스를 연습 때 다쳐 걱정이 많았다. 사실 이번 대회 전에도 거의 뛰지 못한 채 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배우게 됐다. 큰 선수가 되려면 아프더라도 그 상황에서 달리는 법을 익히기 위해 결선까지 달렸다"고 말했다.

비웨사는 대학 진학 대신 실업팀 입단을 고려중이다. 그는 "아직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내년에 한중일 주니어 선수권이 열린다. 그 대회를 목표로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고부 100m 결선에서는 김다은(가평고)이 12초20으로 골인, 12초28를 기록한 이채현(경기체고)을 제치고 우승했다. 여자부 중장거리 간판 양예빈(전남체고)은 전학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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