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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에너지 구걸할 것"…전세계 '끔찍한 겨울'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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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홈페이지 캡처

사진 홈페이지 캡처

석탄·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올 겨울 일부 빈곤층과 중산층이 난방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후·녹색 운동에 대한 포퓰리스트의 반발이 나타날까 두렵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영국의 경제비평가 빌 블레인의 뉴스레터를 인용하며 “이미 영국에서는 징후가 보인다”고 했다. 빌 블레인은 뉴스레터를 통해 “올 겨울에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라며 “영국이 무릎을 꿇고 에너지를 구걸하는(on its knees, begging energy)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프리드만은 “재생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싶다면 CO₂ 배출량이 석탄의 절반가량인 천연가스가 차선책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연료가 충분치 않아 고군분투하게 된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게 되는 이유”라고 했다.

특히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42%인 영국은 최근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 등으로 전력 생산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국제 석탄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데다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을 앞두고 있어 에너지 위기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유럽만 에너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도자기, 강철, 알루미늄, 유리 및 시멘트 공급업체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야기한 경제 위기가 석탄 공급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동시에 오른 까닭은 중국과 유럽 등 곳곳에서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에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은 최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탈(脫)탄소 정책 추진으로 전력난이 일어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년 동안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500% 가까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최근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지면서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난방용 석탄 선물 가격은 지난달 4배 넘게 폭등했다. 수요는 늘어가는 데 정부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공급을 제한한 영향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에너지 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에너지 관련 정부 관계자 회의를 주재하며 가스 추가 공급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국제 유가 급등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현재 6억 1780만 배럴 규모로 쌓인 ‘전략비축유 방출’ 카드를 빼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은 ‘에너지 확보 대책을 내놓으라’며 EU를 압박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카드리심슨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열린 EU 의회에서 “에너지 세율 인하, 에너지 빈곤층 직접 지원 등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는 에너지 빈곤으로부터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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