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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땅에 공공주택 짓겠다는 서울시…강남구 "소송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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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순균 강남구청장. [중앙포토]

지난해 5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정순균 강남구청장. [중앙포토]

강남구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려는 서울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전날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 공동주택을 지상 연면적 20~30% 이내로 계획하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 열람공고를 내면서다.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에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추진하던 강남구는 “행정소송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내겠다”며 맞섰다.

공동주택 허용하자, 즉각 반발한 강남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중 북쪽에 위치한 삼성동 171, 171-56번지는 정부와 서울시가 3000호 규모의 공공주택을 고려하고 있다. 지상 연면적 20~30% 공동주택 개발을 허용하기 위해 열람공고를 낸 곳은 남쪽인 삼성동 171-1번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중 북쪽에 위치한 삼성동 171, 171-56번지는 정부와 서울시가 3000호 규모의 공공주택을 고려하고 있다. 지상 연면적 20~30% 공동주택 개발을 허용하기 위해 열람공고를 낸 곳은 남쪽인 삼성동 171-1번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7일 오전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당사자인 강남구와 사전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한 열람공고를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정 구청장은 “공공주택 3000호 공급 계획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를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하려는 서울시의 시도는 강남의 미래발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는 57만 강남구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날 서울시가 낸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열람 공고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당초 단독 및 공동주택을 허용하지 않던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삼성동 171-1번지) 총 1만3513.45㎡에 대해 지상 연면적 20~30%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주민 의견 취합을 시작했다. 지난 8·4 부동산 대책에 정부가 북쪽 부지를 약 3000호 규모의 공공주택(지분적립형 등) 공급 용도로 낙점한 것을 고려하면 해당 부지 전체(3만1543.9㎡)에 사실상 주택공급이 가능해진 셈이다.

3000호 공공주택, LH 공급 '초읽기' 

6일 서울시가 낸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열람 공고문(안)' 일부. 당초 불허했던 공동주택을 지상연면적 20~30% 수준으로 허용했다. [서울시]

6일 서울시가 낸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열람 공고문(안)' 일부. 당초 불허했던 공동주택을 지상연면적 20~30% 수준으로 허용했다. [서울시]

이 일대에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기대하던 강남구는 주택공급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계획에 따르면 옛 서울의료원과 한국감정원 부지엔 업무, 전시, 컨벤션, 숙박 시설 등이 들어서고 옛 한국전력 부지엔 현대자동차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지어진다. 정 구청장은 “서울의료원 부지가 고밀주거복합지로 개발되면 앞으로 서울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MICE산업(회의, 컨벤션, 전시 등) 발전은 요원해진다”고 호소했다.

특히 서울의료원 남쪽 부지는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면, 서울시가 시유지인 서울의료원 부지 일부와 교환하는 ‘제3자 교환’ 방식이다. LH는 이 일대에는 공동주택을 비롯, 오피스와 상업시설 등 복합개발을 할 수 있다. 정 구청장은 그러나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공동주택을 허용한다는 게 문제”라며 “이 일대 개발은 대한민국 100년을 좌우할 대형 사업들이다. 장기적인 미래 비전과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반대했다.

강남구, “57만 강남구민 무시말라”

강남구가 MICE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 조감도. 잠실주경기장과 탄천, 영동대로, 옛 한국전력ㆍ서울의료원ㆍ한국감정원 부지에 전시, 업무, 컨벤션 공간이 계획돼 있다. 가장 높은 건물은 현대차 신사옥 GBC 예상도. [강남구]

강남구가 MICE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 조감도. 잠실주경기장과 탄천, 영동대로, 옛 한국전력ㆍ서울의료원ㆍ한국감정원 부지에 전시, 업무, 컨벤션 공간이 계획돼 있다. 가장 높은 건물은 현대차 신사옥 GBC 예상도. [강남구]

그러나 서울의료원 부지가 시유지인 만큼 강남구가 서울시 행보에 어떤 식으로 이의를 제기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남구 관계자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이나 부지 맞교환 등에 대한 권리는 사실상 전적으로 서울시가 갖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행정소송을 비롯해 대응방안을 고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강남구는 오늘부터 14일간 진행되는 열람공고에서 주민들이 반대의견을 개진해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 구청장은 “지난 8월 5일 강남구민 1만4105명도 '공공주택 공급계획 철회 주민민원 서명부'를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며 “열람공고도 일종의 주민여론 수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 의견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구는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공공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서울의료원에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주택공급 대안을 마련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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