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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좁아지는 백신 미접종자…"백신 안맞으면 해고사유 되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카페나 음식점에서 일할 때 보건증 내는 것처럼, 이제 백신 완료 여부도 필수사항이 되겠죠.”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A씨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직원 하나가 최대 고민거리다. 그는 “부작용이 걱정된다며 백신을 거부하는 어린 직원이 있는데, 그렇다고 평소에 코로나19를 조심하는 것도 아니고 휴무일에 엄청 놀러 다닌다. 이런 사유로 해고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다중이용시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백신패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접종자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부작용, 기저질환 등의 이유로 백신 맞지 않는 사람들은 당장 11월부터 다중이용시설 출입에 제한받을 수 있어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백신패스는 미접종자 페널티?

평소 알레르기가 심하고 갑상선 관련 기저질환이 있다는 한모(34)씨는 부작용이 두려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마음을 바꿨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서다. 그는 “내 몸에 오는 불이익이 싫어 안 맞는데, 백신패스는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라기보다 미접종자 페널티에 가깝다"며 "백신은 선택이라면서 강요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김모(32)씨는 기저질환이 없지만, 앞으로도 백신을 접종할 생각이 없다. 김씨는 “접종 후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불이익은 국민에게 전가해놓은 상태에서 불안감으로 인해 백신 접종을 보류하는 사람들을 국가가 주도해서 압박하고 있다”며 “이제 주변에 백신 안 맞았다고 말하기도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이제 알바생은 접종완료자만”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은 '백신 접종 완료'를 스펙으로 내세우고 있다. 알바천국 홈페이지 캡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은 '백신 접종 완료'를 스펙으로 내세우고 있다. 알바천국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손님을 응대하는 자영업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며칠간 문을 닫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는 탓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접종 여부가 중요해서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이 같은 고민을 담은 글이 여럿 보인다. 한 자영업자는 “백신을 맞는 게 직원 상호 간이나 손님들에게 좋을 것 같다고, 우리도 미접종 손님보다 접종 완료 손님이 안심되듯 손님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해서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20살 알바 한명이 안 맞는다고 해서 네 선택이지만 다른 알바 자리나 직장을 구할 때 접종 여부가 중요할 거라고 말해줬다”며 “다음 알바생은 접종 완료한 친구들로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접종완료’를 스펙으로 내세운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알바천국과 알바몬에는 접종완료로 검색했을 때 각각 83건, 127건의 구직자 정보가 나온다.

“백신 접종 대상 국민의 70%가 1차를 맞았다면 1차나 2차 따지지 않고 미접종자는 손님으로 받지 말아야겠다”는 업주도 있었다.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업주는 “미접종은 온전히 본인 선택이니 선택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몫”이라며 “코로나 이전 생활로 돌아가려면 현재로써는 백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미접종자 거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방역당국 “불이익이나 차별 목적 아냐”

지난달 29일 정부의 ‘백신패스’ 관련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백신 패스 반대’ 관련 국민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백신 패스를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에는 5일 만에 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개인 질환이나 체질, 알레르기 부작용으로 백신 완료를 못 한 분들도 있는데 백신을 무조건 강제할 수 있냐”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백신패스도입 대신 항체생성자확인과 미접종자차별금지 요청합니다’ ‘백신 패스 신중하게 결정해주세요’와 같은 청원도 올라왔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5일 백신패스 논란에 대해 “접종 완료자의 일상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하지만 미접종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나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백신패스에 대한 차별 논란과 관련해 도입 목적은 미접종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위ㆍ중증률과 치명률이 높은 미접종자들의유행규모를 줄이고 차단하는 목적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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