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로망 포기하고 창업" 졸업 대신 사장님 된 19살 그들

중앙일보

입력 2021.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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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수시에서 카페 '샘나당'을 운영하고 있는 백예원(18), 백샘희(19)씨. 백경민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카페 '샘나당'을 운영하고 있는 백예원(18), 백샘희(19)씨. 백경민

"저는 서울대에 입학해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진로를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았죠. 그런데 이제는 잘 들을 수 없는 답변이라고 합니다. 대학 입시가 갑자기 어려워져서 그런 건 아닙니다. 최근 중·고등학생 사이에선 "사장님 되는 게 꿈"이라고 답하는 친구들이 늘어난다고 하네요.

[밀실]<제74화>
학교 나와 꿈 찾아가는 10대를 만나다

실제로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10대 '사장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상거래 플랫폼이나 온라인 스마트스토어 등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길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이들은 주로 문구나 액세서리 같은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데요. 처음부터 큰돈을 들인 거창한 사업은 아닐지라도, 작지만 실속 있는 창업을 하는 거죠.

그중에는 꿈을 찾아 아예 교문 밖으로 나선 10대들도 있습니다. 예전보다 덜하다지만 여전히 '학력'이 중요한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도전을 택한 거죠. 학업과 사업을 병행해도 될 텐데 이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밀실팀은 과감하게 자퇴 후 창업의 길을 걷고 있는 4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학이 아닌 곳에서 꿈을 찾는 10대들의 이야기, 영상을 통해 만나보세요

'1인3역' 19살 작가, 또래 상담 요청에 조언도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제겐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문구류 사업과 카카오 이모티콘 제작, 그리고 인스타툰 그리기까지….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작가 '션샤이'(19·활동명)가 고교 졸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는 코로나19로 재택 수업을 하게 되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전에 생각만 했던 이모티콘을 두 개나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션샤이는 "스스로 시간을 분배해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니까 하고자 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문구마켓 사장님과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 중인 유튜버 선샤이(19)가 밀실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경민

문구마켓 사장님과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 중인 유튜버 선샤이(19)가 밀실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경민

10번에 걸친 끈질긴 제안 끝에 성공한 이모티콘 판매 경험은 캐릭터 사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 메모 패드 등 문구를 파는 상점 사장님이 된 것도 그때였죠.

창업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이러한 소셜 미디어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들이 "존경한다" "배우고 싶다"며 댓글을 남기는 공간이 됐습니다. 션샤이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고민이 담긴 메일이 많이 온다. 생각만 하고 있기보다 작게라도 시작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준다"고 하네요.

'사촌지간' 3명, 연이은 자퇴 후 카페 공동 창업

"대학교에 대한 로망은 있었죠. 그런데 실제로 가게를 열고 나선 '대학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제가 이미 많은 것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전남 여수시에 터를 잡은 베이커리 카페 '샘나당'엔 3명의 공동 사장이 있습니다. 이들은 '사촌지간'이란 연결고리가 있는데요. 그중 올해 스무살이 된 맏이 '언니' 백예린(20)씨는 고교 2학년 때 자퇴를 선택했습니다.

제일 먼저 학교를 그만둔 건 백씨의 사촌인 백샘희(19)씨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교문을 나섰죠. 뒤를 이어 동생 백예원(19)씨가 중2 시절 자퇴를 했습니다. 백예린씨는 "먼저 자퇴한 삶을 살고 있던 동생과 사촌 동생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그때 '공부나 학교가 전부가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인생을 사는 데 대학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죠.

마카롱 만들기가 취미였던 백샘희씨의 설득으로 세 사람은 힘을 합쳤습니다. 다 함께 카페를 시작했지만 힘든 일도 있었죠. 가장 큰 걱정은 "돈을 받고 팔 수 있을까"였다고 해요. 백샘희씨는 "돈 받고 물건을 파는데 그 가치에 맞지 않아서 손님들이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부담이 컸다. 처음엔 새벽 4시에 퇴근하고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마카롱을 만들기도 했다"고 회상합니다.

샘나당 카페 유튜브 스크린샷.

샘나당 카페 유튜브 스크린샷.

하지만 셋 다 이른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길로 향한 데 따른 후회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백예린씨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조건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라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덕분에 다른 길을 여유 있게 돌아볼 자유를 얻은 셈입니다.

이 카페는 점차 '10대 사장님들이 만드는 귀여운 마카롱'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붐비는 가게가 됐습니다. 일차적인 꿈을 이루면서, 이젠 별도 직영점을 내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들처럼 가게를 내고 싶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도 생겼다고 해요.

"저도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자퇴를 하고 사업을 키우고 있으니까…. 다른 분들도 저희를 보면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백예원씨의 말입니다.

이른 홀로서기 뒤엔 지지해주는 '부모님'

밀실팀이 만난 10대 사장님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부모님입니다. 부모님이 없었다면 홀로서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백샘희씨 어머니는 "아직 아이들이다 보니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옆에서 도와주고 챙겨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죠.

그렇게 젊은 사장님들은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샘희씨 어머니는 "대학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딸이 행복해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문구 상점 창업 과정을 브이로그로 담은 션샤이. 유튜브 캡쳐

문구 상점 창업 과정을 브이로그로 담은 션샤이. 유튜브 캡쳐

션샤이도 든든한 지원군을 가졌습니다. 선샤이의 어머니는 "(딸이) 공부를 곧잘 해서 선생님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바랐지만, 결국 자기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자퇴를 허락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걱정이나 우려가 무색해질 만큼, 션샤이가 스스로 잘하고 있어 대견하다고 전했습니다.

당사자들은 이런 응원 덕분에 맘껏 도전할 수 있습니다. 선샤이는 성공·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경험을 해보는 거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금 당장 크게 성공하지 못해도 경험이 되는 거잖아요. 나중에 다른 무언가를 할 때 그 경험이 밑바탕이 되는 거니까 시도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학교, 하고 싶은 전공을 택해서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좀 더 빨리 꿈을 찾아 떠나는 이들도 우리 사회에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 대신 창업의 길을 선택하는 10대들은 갈수록 더 늘어나겠죠. 여러분은 어느 쪽을 바라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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