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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제주서 압승, 대장동 의혹에도 대세론 유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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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호 04면

1일 제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합동 연설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두 손을 맞잡으며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제주 경선에서는 이 지사가 56.75%를 득표해 이 전 대표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하면서 누적 득표율도 과반을 유지했다. [뉴스1]

1일 제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합동 연설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두 손을 맞잡으며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제주 경선에서는 이 지사가 56.75%를 득표해 이 전 대표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하면서 누적 득표율도 과반을 유지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태풍도 ‘이재명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1일 제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제주 지역 개표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56.75%를 득표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35.7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6.55%, 박용진 의원은 0.99%의 표를 얻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막바지에 열린 제주 지역 경선에서 이 지사가 승리해 누적 득표율도 53.41%로 과반을 유지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 전 대표는 누적 득표율 34.73%로 이 지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제주 지역 경선은 권리당원과 대의원 수가 1만3326명으로 전국의 1.85%에 불과해 실제로 누적 득표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전개된 뒤 처음 공개되는 당심이란 점에서 이날 경선 결과가 앞으로 이어질 수도권 대전과 2·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 만큼 이날 승리한 이 지사가 더욱 확고하게 승기를 잡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제주 지역 경선 합동 연설회에서 이 지사는 “대장동 사건은 부패 기득권 세력이 독식할 뻔한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 중 절반이 넘는 5500억원을 이재명이 빼앗아 성남시민에게 돌려준 것이 팩트”라며 “토건 투기 세력과 이에 유착한 국민의힘이 연일 가짜 뉴스를 남발하며 ‘이재명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반면 이 전 대표는 “대장동 비리와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은 흠 없는 후보인 내가 할 수 있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은 지금 무엇이 불안하고 위험한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결선투표를 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또 당대표 때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처리한 성과를 강조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장동 의혹은 민주당 당원들의 위기감을 자극해 이 지사에게 더 표를 몰아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 모양새가 됐다. 익명을 요청한 정치 컨설턴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졌을 때 추 전 장관에게 옮겨갔던 지지자들이 대장동 의혹 제기 이후 이 지사의 과반 득표율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이 지사는 “제주도민들의 예상보다 높은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대해서는 “정상에서 벗어난 게 있다면 당연히 관리자로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 이 전 대표는 “2차 수퍼위크에서는 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남은 경선에서 최선을 다해 결선투표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 지역에 이어 2일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경선 결과가 발표되고, 3일엔 인천 경선과 ‘2차 수퍼위크’ 개표 결과가 공개된다. 2차 수퍼위크까지 마치면 전체 선거인단의 약 70%가 개표되는 셈이다. 이후엔 이 지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기 지역과 서울 지역 경선이 남은 점을 감안할 때 “이 지사가 2차 수퍼위크까지 과반 누적 득표율을 지킬 경우 사실상 본선 직행 티켓을 예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 안팎에선 부·울·경 지역에 연고가 있는 김두관 의원이 이미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점과 대장동 의혹 와중에 오히려 이 지사에게 결집하는 표의 흐름 등 볼 때 2일과 3일에도 이 지사의 선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 경선 투표율은 대장동 의혹이 터진 뒤 계속 낮아져 이날 제주 지역 투표율은 1차 경선지였던 대전·충남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52.23%를 기록했고 누적 투표율도 70%대가 붕괴한 69.77%로 집계됐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대장동 논란에 맞서 ‘고발 사주’ 의혹을 띄우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이었던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총선을 불과 1~2주 앞둔 시기에 야당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여권 인사들의 고발장을 작성해 고발을 사주한 사건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는 검찰총장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고위 검사가 초유의 국기 문란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된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1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아들 퇴직금 50억원 특혜 논란이 불거진 곽 의원 제명과 국정감사 배제 등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수용하라”고 맞서면서 국정감사가 4시간 동안 중단되는 등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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