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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300만원인데 줄섰다, 2030이 요즘 빠졌다는 이런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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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성수동 코리빙 하우스 '에피소드 성수121'의 공용 루프탑. 사진 SK D&D

성수동 코리빙 하우스 '에피소드 성수121'의 공용 루프탑. 사진 SK D&D

“내 집에서 혼자 생활하다가 원할 때만 이웃과 교류해요. 고민을 나누는 친한 언니·동생 사이가 되거나, 다이어트 식단 공유 모임이나 연말 랜선 파티 등에 참여하기도 하죠. 그러다가 가끔 썸(호감)을 타는 커플이 생기기도 하고요.”

멘토링 사업가 김이현(37)씨는 1년째 서울 성수동의 기업형 프리미엄 코리빙(Co-living, 공유주택) ‘에피소드 성수 121’에 살다가 지난달 계약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살아보니 주거 형태가 꽤나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서울 곳곳의 자취방을 알아봤지만, 위치·서비스·경험 면에서 이만한 곳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월세(91만원) 일반 오피스텔보다 비싸지만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위워크 넘어 위리브(WeLive) 시대  

이달 문을 연 '에피소드 서초'의 개인실 모습. 사진 SK D&D

이달 문을 연 '에피소드 서초'의 개인실 모습. 사진 SK D&D

기업형 공유주택은 한국에 등장한 지 약 5년 만에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기숙사, 하숙집 또는 셰어하우스와는 사뭇 다른 개념이다. 각자 집에서 독립적으로 살면서 공유 공간·시설을 선택적으로 함께 사용한다.

카페·주방·라운지·루프탑·세탁실·헬스장·도서관·오락실과 반려견 운동장 등 브랜드 마다 제공하는 공간은 다양하다. 더욱이 입주자끼리 친해지도록 파티와 쿠킹클래스, 각종 워크숍도 매달 열린다. 즉, 공유사무실 위워크(WeWork)의 주거 버전인 셈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SK디앤디(SK D&D)의 ‘에피소드’ 뿐 아니라 공유사무실 기업 패스트파이브의 ‘라이프 온 투게더’, 로컬스티치의 ‘코리빙’ ‘홈즈스튜디오’ ‘셀립’ 등도 각자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개념의 공유주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사생활 보호가 되면서 인맥교류(네트워킹) 기회를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기업형 코리빙이기 때문에 직원이 입주자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알려주거나 불만 사항을 들어주기 때문에 혼자 살 때처럼 방치된다는 느낌이 없다”며 “아울러 입주자를 서로 ‘엣피(edge people, 개성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라고 부르는 등 소속감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세 90만~300만원에도 만실  

성수동 '에피소드 성수121'의 공용 도서관에서 입주자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 SK D&D

성수동 '에피소드 성수121'의 공용 도서관에서 입주자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 SK D&D

이런 장점 때문에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공유주택은 대부분 만실이다. 에피소드 성수의 경우 월세는 90만~140만 원 대에 관리비가 평균 15만원 나오는데, 매달 입주율은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문을 연 서초점의 경우 월세가 140만~300만원 수준으로 더 비싸지만, 가오픈때부터 입주 상담이 밀려있는 상황이다.

입주자의 대부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주거자 중 73%는 2030세대로 스타트업 대표, 프리랜서, 변호사,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면서 인맥 넓히기를 중요시하는 직종이 많다. 이들 중에는 개인 사무실을 따로 내지 않고, 공용 라운지에서 업무 미팅을 대신해 오히려 비용을 아꼈다는 경우도 있다.

SK디앤디 RESI솔루션개발운용본부 김도현 본부장은 “에피소드 입주자 대부분은 다양한 사교 모임을 즐기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취향이 뚜렷한 편”이라며 “사람들이 다양한 커뮤니티 콘텐트를 취향에 따라 즐기면서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한 주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에피소드의 목표”라고 말했다.

일부 공유주택 서비스에는 호텔의 환객(hospitality) 서비스 개념도 녹아있다. 예를 들어 종로구 권농동 셀립 순라의 경우 침구 교체, 개인실 청소, 주 4회 석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피소드도 관리비에 월 1회 개인실 청소가 포함돼 있다.

차도 타보고 사는데, 집은 왜 그냥 계약하나  

'에피소드 성수101'의 공용 라운지. 사진 SK D&D

'에피소드 성수101'의 공용 라운지. 사진 SK D&D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공유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소유’ 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주거 공간도 원하는 기간만큼 살아보겠다는 얘기다. 본격적으로 자취를 시작하기 전 시험 살아 살아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실제로 영등포구에 문을 연 셀립의 세 번째 지점 ‘셀립 여의’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해 본 뒤 거주를 계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셀립순라 관계자는 “옷이나 차도 이용해 보고 구매하는데, 정작 가장 큰 비용이 들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은 살아보고 계약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자신에게 맞는 집은 어떤 공간인지를 파악하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젊은 층은 욜로(yolo)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사기)’족으로 양극화되는데, 비싼 월세를 감수하면서도 좋은 주거 환경을 누리려는 이들은 전자에 속한다”며 “욜로족이 현재를 즐기며 럭셔리한 의식주를 누리는 것을 단순히 플렉스(자기과시)로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은 이러한 소비 경험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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