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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급증, 공모주 청약 손보나…고승범 “제도 개선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를 위해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까지 검토한다. 대형 공모주 청약 때마다 50조~80조원의 자금이 쏠리고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30일 “최근 IPO 시장이 과열돼 우려가 많고 가계부채 차원에서 걱정된다”며 “IPO 시장 제도 개선에 관해 여러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자본시장업계·유관기관장 등과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투자협회는 "개인 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관심이 늘면서 많게는 50조~80조원에 이르는 청약 증거금 쏠림과 가계부채 변동성 확대 등 자금시장을 교란하는 측면이 있다"며 "증거금 제도 등의 개편을 모색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동안 대형 공모주의 청약 일정이 겹치는 달에는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등 경향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1조원의 증거금이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청약이 있던 지난 4월에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만 11조8000억원이 늘었다. 카카오뱅크와 HK이노엔 청약이 있던 지난 7월에도 기타대출이 3조6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현행 일괄 50%로 정해진 증거금률을 50%, 30%, 10% 등으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모주 경쟁률이 높을 경우 증거금률을 낮추는 방안이다. 다만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거금률을 낮출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수량이 늘어나, 증거금률을 낮추는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증가 추이.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던 4월과 7월 크게 늘어난 후 공모주 증거금이 반환되는 다음달 다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증가 추이.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던 4월과 7월 크게 늘어난 후 공모주 증거금이 반환되는 다음달 다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 위원장은 증권사 신용융자에 대해서도 “최근 증권사의 신용융자가 급격하게 늘어 시장 불안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투자자 보호와 반대매매 관련해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잘 봐야 한다”며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하니 그 부분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향후 혹시 보완이 필요할 경우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속 신용융자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19조2213억원에서 지난 24일 25조2839억원으로 6조원 이상 늘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대출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 규모도 지난 7월 42억1000만원에서 지난 8월 84억8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권은 공매도 확대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기자들과 “공매도 재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부분 재개 후 효과 분석, 시장 상황, 코로나19 상황, 거시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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