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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꼬마 재산이 수십억···'부모 찬스' 어린 자산가 446명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씨는 최근 자신이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기업이 한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한다는 내부 정보를 들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당시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현금으로 수억 원을 몰래 넘겨 주고, 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 물론 증여세도 내지 않았다. 부동산·주식과 달리 펀드 출자금 같은 금융상품은 세원 포착이 힘든 점을 노렸다. 국세청은 A씨가 내부에서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녀 명의로 투자하면서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자금출처조사에 착수했다.

‘부모 찬스’ 어린 자산가 446명 조사

30일 박재형 국세청자산과세국장이 '부모찬스를 이용한 고액재산 편법취득 연소자 등 446명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30일 박재형 국세청자산과세국장이 '부모찬스를 이용한 고액재산 편법취득 연소자 등 446명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30일 국세청은 어린 나이에 많은 재산을 축적했거나, 부모에게 변칙적인 방법으로 증여받은 뒤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대상자는 ▶부모 도움으로 고가 재산 취득(155명) ▶허위로 돈 빌리거나 부모가 대신 변제(72명) ▶주식 명의신탁 경영권 승계 등 변칙 자본거래(197명) ▶고액 증여 후 소득 신고 누락 명품 사재기(22명) 등의 혐의를 받는 446명이다.

이들은 작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자산을 쌓았다. 이 중에는 두 살배기를 포함해 미성년자도 일부 포함됐다. 부모는 이들에게 자산을 물려주고자 갖은 편법을 동원했다. 앞서 A씨 사례처럼 미공개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자 이익을 물려주거나, 자식의 채무를 부모가 몰래 대신 갚는 방법 등도 활용됐다.

30대 초반 사회초년생인 B씨는 최근 부친의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 수억 원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담보를 제공했지만 채무의 당사자는 B씨였기 때문에 이자는 B씨가 내야 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아버지가 수년간 이자를 대신 갚아줬다. 심지어 B씨 아버지는 원래 담보로 제공했던 부동산을 팔아 받은 돈 수십억 원으로 대출 원금까지 대신 갚았다. 국세청은 B씨가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고액 체납 피하려 자녀 명의 활용

세금을 피하려 자식 명의를 이용해 소득을 숨긴 부모도 있었다.

세무조사 사례. 국세청

세무조사 사례. 국세청

한 프랜차이즈의 실소유주인 C씨는 수년째 세금을 내지 않은 고액체납자다. 자신 명의의 재산은 없지만, 사회초년생인 20대 자녀 이름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신 이름으로 운영하면 발생한 소득을 세금으로 내야 해 아들 명의를 빌린 것이다. C씨 자녀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얻은 이익으로 상가 건물 및 수도권 소재 토지를 사들여 수십억 원 자산가가 됐다. 국세청은 C씨가 자녀 이름으로 소득을 빼돌리고, 가맹비 및 매출 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도·소매 법인을 운영하는 D씨도 자녀의 계좌로 물품 판매대금 일부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 소득을 숨겼다. D씨 자녀는 이 자금으로 고액 상가건물을 짓고, 고가 아파트를 사는 등 자산을 불렸다. 국세청은 D씨가 자녀 계좌를 사실상 자신의 차명 계좌처럼 활용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최근 급격히 재산이 증가한 연소자의 탈세 여부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편법 증여 행위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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