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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성남 신부의 속풀이처방

탈레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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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모든 이슬람 신도들이 탈레반은 아니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슬람 신도들이다.’ 어느 마을에 붙은 현수막의 내용이다. 아프간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이슬람 신도들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혐오감이 혐오감을 가지는 사람 자체를 괴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해외에서 동양인 혐오자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혀를 차던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또한 일반 이슬람 신도들을 싸잡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무지를 범할 수도 있다.

타인에 공공연한 적개심
공격성, 배타적 집단주의
이렇게 사는 것이 탈레반
우리안의 탈레반 걱정해야

내 기억 속 일반 이슬람 사람들은 여행 온 외국인들에게도 친절을 베풀고 웃어주던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면 양이 연상된다. 그러나 탈레반은 양이 아니라 양의 탈을 쓴 이리 떼이다. 그래서 탈레반에게 쫓기는 아프간인들의 모습을 보며 이리 떼에 쫓기는 양 떼가 연상되었다.

그렇다면 이슬람이란 외피를 뒤집어쓰고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탈레반이란 자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종교 측면이 아니라 심리 분석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탈레반 같은 자들이 최근 이슬람교 안에서만 생긴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배타적이고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자들은 그 이전에도 많았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마녀사냥을 했던 자들, 유대교의 바리사이들, 개신교의 극단적 원리주의자들, 극우파, 극좌파도 탈레반과 실체가 유사하다.

속풀이 처방

속풀이 처방

탈레반이 지나치게 율법에 집착을 보이는 모습은 그들이 집단적 강박성 성격장애자들임을 말해 준다. 정신의학에서는 강박성 성격장애자를 이렇게 설명한다. 질서나 규칙에 대한 지나친 집착, 자신의 방식이 유일하고 다른 사람들의 것은 신의 뜻을 거스른다고 생각하는 자만심,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폭력성. 그래서 아프간 여인들에게 말도 안 되는 폭력적인 윤리를 강요하고 샤리아법이라는 미명하에 사람들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열등의식, 즉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의식구조다. 탈레반 자체가 이슬람 신학생들로 시작하였기에 출발부터 미숙하고 열등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가진 문제가 열등감이란 것을 확신하는 이유는 그들의 행위가 미성숙하고 충동적이고 극단적이며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열등감이 종교 안에서 어떤 부작용을 만드는지 심리학자 아들러는 자세하게 분석하였다. 그는 열등감이 강한 사람들이 종교 안에서 야심을 갖는 경우 생기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 우위 욕구를 지적한다. 우위 욕구는 도덕적으로 모든 사람 위에 서려는 욕구다. 이런 도덕적 우위 욕구는 당연히 자기도취를 유발하며 다른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단죄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열등감은 자아 팽창을 초래한다. 자신들이 신의 대리인이며 미개하고 야만적이고 세속적인 사람들을 훈육할 의무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병적인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의와 도덕을 부르짖는다. 자신들은 무슨 짓을 해도 오류와 잘못이 없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라 여긴다.

이들의 이런 도덕적 야망은 시간이 가면서 더 커져 세상을 자신들의 왕국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소위 이슬람 왕국이다. 이들의 왕국에서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이단시하고 적대시한다. 대화·소통·존중은 배척한다. 이렇게 집단화된 종교병 환자들이 탈레반이다. 이들의 행위는 흡사 망상적 신앙에 집착하였던 사이비 광신도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들이 이런 심리를 가지게 된 근본적인 배경으로 성장 과정이 학대적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학대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이 학대적인 종교를 만든 것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광신도 집단들은 광적인 신앙으로 온갖 만행을 저질러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집단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수명도 그리 길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탈레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천국을 만들려는 자들이 결국에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맞는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비단 아프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해 공공연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대화 없는 공격성과 배타적 집단주의 안에서 살고 있다면 그가 바로 탈레반이다.

아프간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 안의 탈레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