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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파괴하려 하나” 중국 ‘미투’ 아이콘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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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14일 베이징 법원에 들어서며 울음을 터뜨리는 저우샤오쉬안. [AFP=연합뉴스]

지난 14일 베이징 법원에 들어서며 울음을 터뜨리는 저우샤오쉬안. [AFP=연합뉴스]

중국 ‘미투’ 운동의 아이콘 저우샤오쉬안(周晓璇·28)은 27일(현지시간) B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쏟았던 노력이 소용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1초도 없다”고 강조했다. 저우는 2018년부터 중국 국영방송 CCTV의 간판 진행자 주쥔(朱軍·57)을 상대로 3년간 법정 투쟁을 벌였지만, 지난 14일 증거 불충분으로 패소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 미투 운동의 명백한 좌절”이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저우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시앤즈(弦子)라는 필명으로 더 알려진 저우는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21살 대학생이던 2014년 작가를 꿈꾸며 CCTV 인턴으로 일할 때였다. 주쥔과 인터뷰하는 대기실에서 주쥔이 반항하는 저우의 몸을 더듬으며 강제로 키스했다. 추행은 50분간 계속됐다고 한다.

주쥔은 1997년부터 20년간 중국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설날 TV쇼인 ‘춘완’(春晩) 등을 진행한 스타로, 중국 최고 정치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을 지냈다. 저우는 사건 이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묵살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침묵을 택했다. 그러다 2018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자 용기를 얻어 소셜미디어(SNS)에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주쥔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저우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저우는 극작가에서 30만명이 넘는 SNS 팔로워를 거느린 미투 전도사가 됐다. 하지만 당국은 저우의 웨이보 계정을 차단했고,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계정도 막았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즈는 이번 사건을 두고 “서방 세력이 중국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미투 운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저우 측에선 “법원 판결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반박한다.

저우는 “상처받았다는 말도 못 하게 하는 것은 인간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를 파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인터뷰에서 눈물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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