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뺀 '반쪽 수사'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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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7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회원(55)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한 두 번째 영장도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수사는 현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강원(56) 전 외환은행장에 대한 영장 발부로 소강 상태를 보였던 검찰과 법원 간 갈등도 다시 불거질 분위기다. 검찰은 "유씨에 대한 영장 기각은 수사를 그만두라는 말"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법원은 여전히 "구속의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 반쪽 수사로 끝날 가능성 커=법원이 엘리스 쇼트(46) 론스타 부회장 등에 대해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힘으로써 그동안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타격을 받았다.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론스타 본사의 주가 조작 개입 여부에 대한 결론이 명확하게 나지 않고 '반쪽짜리 수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유씨를 통해 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은 물론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에 본사 임원이 연루됐는지 수사할 계획이었다.

이강원 전 외환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그에 대한 조사만으로는 론스타 본사의 개입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다 론스타 본사 측이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유씨는 수사 본류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인 셈이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유씨를 구속하지 않고서는 실체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자료 등을 보강해 영장을 다시 청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수사팀에 남은 '카드'가 없음을 반증한다. 이 때문에 론스타와 관련한 ▶외환은행 헐갑 매입 의혹▶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로비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마무리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 종결 시점을 11월 말로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씨에 대한 구속만을 고집하며 수사를 언제까지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검찰은 유씨를 주가 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쇼트 부회장 등을 같은 혐의로 기소중지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아 의혹을 파헤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 영장 갈등 다시 불거질 듯=검찰은 유씨 등에 대한 영장이 처음 기각된 3일 '토씨 하나 고치지 않는 영장'의 재청구 등으로 법원을 향해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6일 이 전 행장 영장이 발부되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재청구가 기각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던 채 수사기획관은 7일 "일부 언론 보도에 오해 소지가 있었다"며 자신의 발언을 거뒀다. 또 "주가 조작은 업무상 배임보다 사기죄에 가깝다"며 법원의 지적사항을 수용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법원의 이날 결정을 계기로 검찰은 여론몰이를 통해 법원을 다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영장실질심사 직전 유회원씨 변호인은 "검찰이'론스타 영장 기각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e-메일을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변호사들한테도 보냈다"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겠다"고 밝혔다.

장혜수.문병주 기자

◆ 기소중지=객관적인 범죄 혐의가 충분한데도 피의자의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검사가 그 사유가 없어질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결정. 피의자를 지명수배하게 되며 중지사유가 없어지만 수사를 다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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