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체포영장 필요성에 대한 소명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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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7일 밤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상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체포영장은 신병 확보를 위해 발부되는 것인데 피의자가 미국인이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실질적인 체포를 위해 체포영장이 필요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미국에 가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대한민국 입국을 전제로 한 체포영장의 경우 결국 청구서에 적시한 체포사유가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이 같은 내용의 기각 사유를 적시한 뒤 기자들이 사무실에 오기 전에 서둘러 퇴근했다.

3일에 이어 구속영장이 또 기각되자 검찰은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판사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보장하는 현행 제도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이날 영장이 다시 기각된 데 대해 "유구무언"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대검 중수부가 몇 개월간 진행한 수사를 판사가 몇 시간 기록을 넘겨본 후 기각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간부는 "검찰이 낸 만 쪽이 넘는 수사 기록을 과연 몇 시간 심사하는 동안에 다 볼 수나 있겠느냐.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은 특히 기각률이 높다"며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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