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에 '개명' 나선 대학들…지역·종교 빼고 '국립' 강조

중앙일보

입력 2021.09.20 08:00

 한 대학교 강의실의 모습. 뉴스1

한 대학교 강의실의 모습. 뉴스1

"'목포'라는 지역명은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지잡대(지방 대학교를 비하하는 말)'로 인식되어 지원을 꺼리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목포해양대 해사대 학부모 연합회)"

국립대인 목포해양대학교는 지난달 '해양국립대학교'로 교명을 바꾸겠다며 교육부에 신청서를 냈다. 인가를 받으면 1950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목포'가 이름에서 빠진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이 모집난을 겪으면서 대학들이 이름 바꾸기에 한창이다. 개명을 해서라도 모집난을 해소해보겠다는 절박한 움직임이다.

지역명 빼고 '국립' 추가…위기의 지방대 新생존전략

지금까지 교명 변경은 학생 모집이 어려운 일부 전문대나 사립대에서 시도해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학교 이름을 바꾼 대학·전문대학 27곳 중 국립대학은 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 국립대들도 교명 변경에 나서고 있다. 대학 이름에 아예 '국립'이라는 글자를 넣는 방식이 인기다. 경상대는 경남과학기술대와 통합해 올해 3월 '경상국립대'란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경상국립대의 등장 이후 각지에서 '국립'이라는 명칭을 넣으려는 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경대는 '국립부경대'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고려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상황 속에서 대외적인 인지도를 제고하고 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게 부경대가 밝힌 교명 변경의 이유다. 다음 달 교육부에 교명 변경 신청을 할 계획이다.

한국복지대와 통합하는 한경대는 '경기국립대'나 '경인국립대' 등의 이름을 쓰기를 원한다. 올해 1월 교육부에 통합 신청서를 내면서 두 가지 교명을 함께 제출했다. 한경대는 10여년 전에도 '국립경기대'로 이름을 바꾸려 했지만 사립대인 경기대와의 소송전 끝에 실패한 바 있다.

"지잡대 이미지 벗어야 전국 인재 올 것" 

전남 목포시가 지난달 25일 교육부에 제출한 '목포해양대 교명 반대 서명부'. 사진 목포시

전남 목포시가 지난달 25일 교육부에 제출한 '목포해양대 교명 반대 서명부'. 사진 목포시

국립대가 아닌 대학들은 지역 명칭을 빼는 방식으로 지역색을 버리고 있다. 최근 10년간 교명을 바꾼 대학·전문대학(대학원대학교 제외) 27곳 중 10곳이 학교 이름에서 시·군·구 단위 지역명을 뺐다.

충북 영동군(영동대→유원대), 충남 천안시(천안연암대→연암대), 경북 김천시(김천과학대→경북보건대)나 경산시(경산1대→호산대), 경남 양산시(양산대→동원과학기술대) 같은 지역명이 대학 이름에서 빠졌다.

지역명을 제거하는 교명 변경은 해당 지역의 반대에 부딪힌다. 목포해양대가 해양국립대로 변경을 시도하자 목포시는 '목포'가 빠지는 것에 반대해 1만3000명 시민의 서명을 모아 지난 달 교육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교명 변경에 찬성하는 쪽에선 '목포'란 단어를 떼야 '지방대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목포해양대 해사대 학부모 연합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전국 수험생들에게 목포해양대학교는 전남 목포대의 단과대 정도로 인식되거나 '지잡대'라는 이미지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답답한 상황"이라며 교명 변경은 "전국의 인재들이 목포로 모여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국립' '한국' 등 명칭으로 인기…종교색 빼기도 

지금까지 교명 변경 사례를 보면 '국립' 외에도 '한국' '서울'과 같은 단어가 인기였다. 침례신학대는 한국침례신학대로, 공주영상대는 한국영상대로 이름을 바꿨다. 2010년대 초반에는 '과학기술대' 열풍이 불었다. 서울과기대·경기과기대에 이어 부산과기대(구 부산정보대학)·동원과기대(구 양산대)·대전과기대(구 혜천대) 등이 탄생했다.

이외에도 신입생 모집율이 하위권에 머물러 온 종교계열 대학들도 종교적 색채가 덜한 방향으로 교명을 바꾸고 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한영신학대학교·그리스도대학교는 각각 아신대·서울한영대·케이씨(KC)대로 이름을 바꿨다.

교명 바꿔도 신입생 충원율은 '글쎄' 

잘만 바꾸면 교명 변경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차의과학대는 2009년 포천중문의과대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면서 '경기도 포천'이라는 지역보다 '차병원 그룹'이라는 재단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 불교 학교로 오해받기도 했던 대불대는 2008~2011년 정원내 신입생 충원율이 평균 93%였지만 2012년 세한대로 이름을 바꾸고 입학 정원을 줄인 뒤 충원율 100%를 유지했다.

다만 입학 자원 감소는 교명 변경만으로 막기 힘든 거센 흐름이기도 하다. 유원대는 '영동대'였던 개명 이전 5년 충원율(평균 96.76%)보다 개명 이후 5년 충원율(평균 97.74%)이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신입생 충원율은 75.8%로 뚝 떨어졌다. 아신대도 교명변경 전인 지난해 충원율(81.7%)보다 올해 충원율(58.1%)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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