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amily건강] "아픈 부위 아니라 '혈'에 침 꽂아 효과 중국서도 감탄했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달 15일 중국 톈진(天津) 국제중의학 학술대회에선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국내 한의사의 침술 강의에 세계 42개국에서 온 동양의학 석학 200여 명이 경이로운 눈길과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원래 제 강의는 학술대회 말미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집어넣는 것이지요. 이렇게 처음엔 시큰둥하던 중의학자들이 강의가 끝나자 이구동성으로 '당혹스럽다''정말 놀랍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날 연자로 나선 호일침한의원 김광호 원장의 말이다.

이날 청중의 호응을 본 톈진 중의대 장보리(張伯禮) 총장은 즉각 그에게 두 시간의 특강을 요청했다. 동양의학의 종주국이라고 자처하는 중국이 우리나라 한의사에게 특강을 맡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톈진 중의대는 중국 전역의 중의대학에서 유일하게 국가 예산 연구비를 받는 침구 특성화대학입니다. 이곳의 중의사.교수.대학원생 500여 명이 총장의 지시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연회에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침술이 현재 시행되는 중국의 침술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중국 침술은 증상이 있는 곳에 수십 개의 침을 꽂는 데 반해 호일침은 2~6개의 침을 증상과는 전혀 다른 부위에 꽂습니다. 게다가 통증이나 기능이 즉각 호전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지요. 이는 화살의 과녁처럼 혈을 제대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중국의 전통의학은 변질됐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서양의학(서의)을 주치료로 삼고, 침술을 보완 개념으로 쓰다 보니 전통 침의 맥을 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KKH 취혈법으로 명명한 이 침법은 5년여 전 국내 한의학계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여 수많은 한의사가 강의를 듣고, 그중 50여 명은 아예 수제자가 됐다. 2002년 학회를 만들고, 지금도 핵심 회원은 매주 두 차례 저녁에 모여 새벽까지 공부를 한다.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사암오행침법과 증례를 연구한다는 것.

김 원장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한국 침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술대회가 끝난 뒤 톈진 중의대와 MOU도 체결했다. 한.중 전통의학연구소를 개설하고, 난치.희귀병 환자 임상 교류 및 연구에 공동 참여키로 한 것. 또 이달 15일엔 일본에 호일침클리닉을 체인화할 실무자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최근엔 그의 제자가 미국에서 진료를 시작, 미국 진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그는 "중의학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최근엔 우리의 전통의학을 자신들의 아류인양 해석하는 한의학공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한국 침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리려면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