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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환 제압한 데스파이네의 커브, 승부처에선 폭투

중앙일보

입력

데스파이네가 커브에 발목잡혔다. [IS포토]

데스파이네가 커브에 발목잡혔다. [IS포토]

KT 위즈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34)가 커브에 웃고 울었다.

데스파이네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1 KBO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⅔이닝 동안 8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소속팀 KT가 3-2로 앞선 6회 말 1사 1·3루에서 마운드를 구원 투수에게 넘겼다. 이어진 상황에서 두산에 실점하며 3-3 동점이 됐고, 데스파이네는 승패 없이 물러났다.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투구였다. 1회 이후 5이닝 연속 출루를 허용했다. 모두 득점권에 주자를 뒀다. 실점 과정도 아쉬웠다. 3회는 1사 1·3루에서 김인태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직접 잡아 2루로 뿌린 공이 부정확했다. 1루 선행 주자는 잡아냈지만, 타자 주자는 1루를 송구보다 먼저 밟았다.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4회도 아웃카운트 2개를 먼저 잡아놓고,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김재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그래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투구가 돋보였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커브가 잘 통했다. 올 시즌 23홈런을 기록 중인 양석환과의 승부에서 돋보였다.

2회 말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맞이한 양석환을 커브로 삼진 처리했다.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커터)을 섞어 던진 뒤 시속 108㎞ 느린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양석환에게는 두 번째 승부(4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커브만 4개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6회도 커브가 통했다. 데스파이네는 KT가 3-2로 앞선 6회 말,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다시 실점 위기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도 양석환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결정구는 커브.

하지만 이 커브에 발목이 잡혔다. 승수 추가도 무산됐다. 데스파이네는 후속 강승호와의 승부에서도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구속 차를 두며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가 주목됐다.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04㎞ 커브를 보여줬고, 이어 130㎞ 바깥쪽(우타자 기준)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슬라이더와 비슷한 수준의 구속이 찍혔고, 강승호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포수 장성우가 이 공을 포구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가 됐다. 타자는 1루, 2루 주자 김재환은 3루를 밟았다.

데스파이네는 이어진 박계범과의 승부 중 교체됐다. 바뀐 투수 박시영과 박계범의 승부에서 두산이 더블 스틸을 성공시키며 3-3 동점이 됐다. 데스파이네의 승리가 날아간 순간이다.

데스파이네는 변칙 투구를 선호한다. 하지만 때로는 상대가 쉽게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투구 버릇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경기에서도 그런 승부가 있었다.

데스파이네가 이 경기에서 구사한 커브는 28개. 포심 패스트볼(28개)과 같은 수였다. 다소 남발했다. 중요한 순간에는 폭투까지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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