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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권력과 거리둔 英총리 모친…아들에게 딱 1번 한 부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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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럿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그의 어머니를 ‘가족의 최고 권위자’라고 칭하면서 “어머니는 나에게 모든 인간의 삶은 동등한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가르쳤다”고 밝힌 바 있다. 샬럿은 총리의 어머니이기 전에 굴곡진 삶을 살아낸 여성이자 예술가였다.

샬럿은 1970년대 유럽인권위원회 회장이었던 변호사 제임스 포셋 경의 딸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하다가 1963년 스탠리 존슨과 결혼한 뒤 남편과 미국을 여행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학교로 돌아온 샬럿은 옥스퍼드 대학의 최고(最古) 여자 칼리지인 레이디 마거릿 홀에서 최초의 기혼 학부 졸업생이 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그는 네 자녀의 엄마이자 예술가였다. 스탠리 존슨과의 사이에서 장남인 보리스를 비롯해 의원을 지낸 조, 기자인 레이첼, 환경운동가인 레오까지 네 명의 자녀를 뒀다. 남편과 1979년 이혼한 뒤엔 양육비를 거부하고 그림을 팔아 네 자녀를 키웠다. 한때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도 너무 비싸 못 사 먹을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초상화로 유명하지만, 풍경화나 사물화도 많이 그렸다. 이렇게 평생 그린 작품을 모아 지난 2015년 런던 몰 갤러리에서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두 번의 결혼…정신병원 9개월, 40살에 파킨슨병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그림을 시작한 건 우연한 기회였다. 그는 지난 2015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언니와 동생은 정말 영리했는데 부모님은 (평범한) 나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몰라서 물감을 줬고, 뜻밖에 그림에 소질을 발견했다”며 “일단 그리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특기인 초상화를 그리는 비결로는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만든 포인트, 그 사람만의 독특한 특징을 포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생전엔 건강이 썩 좋지 않았다. 첫 남편과 이혼 전 정신질환으로 9개월간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최악의 시기였지만, 그림을 78점이나 남기면서 작품 활동이 가장 왕성했을 때다. 1988년 미국 교수 니콜라스 월과 재혼해 뉴욕으로 이주했지만 40세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1996년 남편과 사별한 후 런던으로 돌아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어머니 샬롯 존슨 월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캡처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샬럿은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08년 인터뷰에선 “병원에 자주 가야 했지만, 가능하면 매일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며 “팔이 갑자기 내 의도와 무관하게 움직일 땐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샬롯은 평탄하진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두고 특별히 후회하거나 유감을 표한 적은 없었다. 평생 아들이 가진 권력과도 거리를 두고 살았다고 한다. 보리스 총리가 런던시장일 때 딱 한 번을 제외하고서다. “장애인들은 넘어지기 쉽거든요. 버스에 탄 승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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