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즌3까지 쥐어짠 ‘막장의 집’…남은 건 방심위 민원 831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1년만에 막을 내렸다. 시즌1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바탕으로 시즌3까지 이어졌지만, 시즌3는 과도한 설정과 자극적인 장면들로 앞선 시즌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반면 김소연, 이지아, 유진(왼쪽부터) 등 배우들은 ‘인생캐’를 만났다는 평을 듣는다. [사진 SBS]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1년만에 막을 내렸다. 시즌1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바탕으로 시즌3까지 이어졌지만, 시즌3는 과도한 설정과 자극적인 장면들로 앞선 시즌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반면 김소연, 이지아, 유진(왼쪽부터) 등 배우들은 ‘인생캐’를 만났다는 평을 듣는다. [사진 SBS]

지난해 10월부터 약 1년을 이어온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10일 시청률 19.1%로 막을 내렸다. 부동산과 교육이라는 소재,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 배우들의 연기 등으로 화제를 모으며 최고 시청률이 시즌1은 28.8%, 기세를 몰아 시즌2는 29.2%를 기록했지만, 시즌3은 20%를 넘기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펜트하우스’의 김순옥 작가는 2008년 ‘아내의 유혹’으로 시청률 37.5%를 기록하며 ‘막장 드라마 시대’를 새롭게 연 작가로, 시즌제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순옥 월드’ ‘순옥적 허용’이란 말도 있을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을 고려하고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도, 시청률 추이로 보면 시즌3까진 다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펜트하우스’는 시청률을 위한, 시청률에 의한 드라마였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30%에 이르는 시청률은 KBS 주말극을 빼면 근래 보기 드문 수치.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30대 후반~40대 중반 젊은 배우들을 기용해 남녀관계, 결혼생활 등에 고민하는 40대 전후 연령층을 ‘막장 드라마’로 새롭게 유입시키며 시청률을 끌어올렸다”며 “장르물, 게임에 익숙한 세대라 ‘펜트하우스’의 과한 설정도 하나의 세계관, 플레이로 수용하고 보게 된 면도 있다”고 평했다.

‘펜트하우스’는 10일 시즌3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3명이 잇달아 사망하며, 시즌 전체를 통틀어 주요 캐릭터 6명이 모두 죽는 전무후무한 엔딩으로 끝났다. ‘유령 재회’도 등장한다. 앞선 전개에선 박은석은 1인 3역, 이지아는 1인 2역으로 변신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고, 박은석·이지아 등이 연기한 주요 캐릭터는 사고사 이후 다시 ‘부활’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이 모두 죽어도 ‘충격적이지 않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았다. 몰입해서 본 시청자 입장에선 갑작스럽고 허탈한 결론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시즌1부터 개연성을 무너뜨리면서 채운 판타지로 시청률을 만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도저히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펜트하우스’는 시청자를 동원해 상업적 파티를 했고, 앞으로 드라마 판이 더 ‘시청률 만능주의’로 빠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즌1의 높은 시청률이 시즌3까지 만들어낸 셈이지만, 뒷심은 약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 상태에서 자극적인 장면을 쥐어짜다 보니 잔인함이 부각돼 시청자의 피로감이 커졌다”고 평했다.

‘펜트하우스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극적으로 만들었더니 시청률이 잘 나오더라’는 분위기가 될까 봐 무섭다. 그걸 용인하게 되는 게 문제”(정덕현 평론가)라는 우려다. 하재근 평론가는 “지금 지상파는 돈이 된다면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긴 하나, 이렇게 자극적이고 시청률만 높은 드라마가 계속 나온다면 지상파 콘텐트의 품위와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젊은 층부터 지상파 드라마를 더 안 보게 되는 악순환을 가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 공사장 사고 영상을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 SBS]

실제 광주 공사장 사고 영상을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 SBS]

드라마가 현실과 엮이는 지점에서 ‘펜트하우스’는 시즌을 더하며 그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욕망의 상징인 극 중 초고층 아파트 ‘헤라팰리스’가 무너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광주 학동 붕괴 사고 실제 영상을 썼다가 맹비난을 받고 제작진이 사과하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9·11급 재난을 아무 감정 없이 짧게 지나가는 데서, 사고를 드라마적 장치로만 이용하는 작가의 무신경함이 무섭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시청자 비판도 뜨거웠다. 시즌 1~3을 통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접수된 민원은 831건(10일 기준)에 달한다. 시즌 3에 대한 민원은 25건, 이중 대부분이 헤라팰리스 붕괴 장면과 관련한 민원이다. 민원 처리는 갈 길이 멀다. 방심위 4기 임기가 지난 1월 끝난 뒤 5기 구성이 미뤄지면서 205일간 회의가 열리지 못한 탓이다. ‘펜트하우스’는 방송 초반인 시즌 1의 2회가 지나친 폭력 묘사로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은 게 전부였다. 5기는 2일 소위에서 시즌2의 3회·10회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한 상태다. 드라마는 끝나지만, 그간 벌인 ‘자극 파티’에 대한 평가는 시작인 셈. 김헌식 평론가는 “방심위가 작동했다면 눈치 정도는 봤을 텐데 시즌1, 2보다 더 눈길을 끌어야 하는 시즌3에서 브레이크 없이 더 강한 자극만 좇게 된 격”이라고 풀이했다.

김소연, 이지아, 유진 등 주연 배우들은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아역배우로 데뷔해 2000년 ‘이브의 모든 것’ 2010년 ‘검사 프린세스’ 등에서 활동한 김소연, 아이돌 출신의 유진, 2007년 ‘태왕사신기’로 데뷔한 이지아 모두 ‘펜트하우스’로 이른바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김소연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뮤지컬계 스타 엄기준, 박은석 등도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이자 구원자”(하재근)란 평가도 있다. 반면 정덕현 평론가는 “시청률로 제작사와 방송사는 상업적 성공을 거뒀지만, 배우 개인 연기 인생에선 득이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