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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에 비아냥까지…머스크·베이조스 우주전쟁 점입가경

중앙일보

입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왼쪽)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우주 시장을 놓고 기싸움 중이다.[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왼쪽)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우주 시장을 놓고 기싸움 중이다.[AFP=연합뉴스]

억만장자의 우주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위성 인터넷과 우주탐사 시장을 둘러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사이의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를 겨냥한 비방전까지 불사할 정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아마존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서한을 보냈다.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관한 내용이다.

아마존은 서한에서 “스페이스X가 미 연방 정부 규칙을 무시하고 남을 비방하기만 한다”며 “스페이스X와 머스크가 이끄는 회사들은 ‘규칙은 다른 업체에나 적용되는 것’이라는 듯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페이스X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고 규칙을 무시하며 정부에 도움을 청한 다른 회사들을 비방한다”며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아마존의 이런 비판은 위성 인터넷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스페이스X와의 갈등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인공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사업의 확장을 위해 2세대 스타링크 위성 3만개를 쏘아 올리겠다는 계획서를 지난달 18일 FCC에 제출했다.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시에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이 전시돼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시에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이 전시돼 있다.[AFP=연합뉴스]

그러자 일주일 뒤인 지난달 25일 아마존의 위성 인터넷 자회사인 카이퍼가 FCC에 스페이스X의 위성 배치 계획을 기각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FCC의 반대에 대비해 스페이스X가 위성 궤도 배치 계획을 1개가 아닌 2개를 제출했다며, 이는 FCC 규정에 어긋나고 후발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이스X는 강하게 반발했다. 데이비드 골드만 스페이스X 위성정책 디렉터는 FCC에 서한을 보내 “베이조스의 회사는 카이퍼가 (스페이스X를) 따라잡게 만들기 위해 스타링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독자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한 아마존이 경쟁업체를 방해하려는 물귀신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도 비방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7일 머스크는 트위터에 “베이조스가 스페이스X에 소송 거는 정규직을 하러 은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썼다. 지난 1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지난 7월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며 우주개발 사업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베이저스가 하는 일은 스페이스X의 발목을 잡는 것뿐이라는 비아냥이다.

지난 7월 20일 자신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이 기획한 우주여행을 다녀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20일 자신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이 기획한 우주여행을 다녀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머스크와 베이조스가 경쟁하는 위성인터넷 시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저궤도 상공에 수천~수만 개의 초소형 위성을 띄워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이다. 성공하기만 하면 해저 광케이블과 지상 기지국에 기반을 둔 기존 인터넷 네트워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썬 머스크를 베이조스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1700여기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북미 지역에 월 사용료 99달러(11만원)에 4세대 이동통신(LTE)급 인터넷을 제공하는 시험 서비스도 출시했다. 반면 아마존의 자회사인 카이퍼는 위성을 만들거나 발사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우주산업 성장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주산업 성장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우주탐사 시장을 두고도 갈등 중이다. 지난 4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미 정부의 유인 달 탐사 착륙선을 개발할 파트너로 스페이스X를 단독 선정했다. NASA의 입찰에서 최저가(29억 달러)를 써낸 스페이스X가 입찰을 따냈다. 59억9000만 달러의 입찰가를 제시한 블루오리진은 고배를 마셨다.

그러자 베이조스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이번 선정은)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평가”라며 NASA를 고소했다.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X 비행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비방전도 벌였다.

우주 스타트업 투자규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주 스타트업 투자규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주 시장을 둘러싼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15년 3457억 달러 규모이던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 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분석회사 브라이스테크에 따르면 지난해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만 76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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