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 피살 공무원 형 "정권 끝나면 文 살인방조로 고발"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4:45

업데이트 2021.09.08 18:30

 지난해 9월 22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살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55)씨는 동생의 1주기를 맞아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험한 욕이 나올 만큼 격분해있다"며 "이 정권이 끝나면 문 대통령을 살인방조 혐의로 형사고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조카(숨진 이씨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는데 1년이 다되도록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말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아무 일도 안했으니 격앙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문일답.
 -동생 이씨가 숨진지 1년이 됐다. 정부에선 애도의 뜻을 전했나
 "그럴 정부 같았으면 진작 사람을 내게 보냈을 것이다. 나는 지금 험한 욕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에게 격분한 상태다. (왜 그런가?)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조카에 보낸 편지에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1년이 다되도록 아무 조치도 않고 말 그대로 지켜만 보고 있다. 자신의 입으로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국민을 죽인 적대국가(북한)엔 말 한마디 못하고, 평화만 얘기한다. 그러니 격앙할 수 밖에 없다. 이 정권이 끝나면 문 대통령을 살인 방조 혐의로 형사고발할 생각이다."
 -청와대에선 동생분을 위해 한 일이 없나
 "5월에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에게 문 대통령을 면담하고 싶다는 뜻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전하려했으나 전화를 안받고 문자메시지도 ‘읽씹’(읽고 답하지 않았다)하더라. 기자들이 박 대변인에게 이유를 물으니까 '시민사회수석 소관이라 그랬다'고 했다더라. 그럼 나한테 그 얘기를 해야지 기자들에게 하면 되겠나. 이런 데서 청와대가 동생 사건을 다루는 시각이 나오는 거다. 게다가 시민사회 수석에게도 전화 3~4번 했는데 안 받더라. 유일하게 박수현 소통수석만 전화를 받더라. 2주 전쯤이다. 내가 박 수석에게 청와대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알아보고 연락해주겠다'고 하더라. 청와대가 '알아보겠다' 하면 통상 보름은 지나서 전화해야 내용이 나온다. "
-지난 7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숨진 이씨에 대한 해경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했는데
 "이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 속한 인권위조차 해경이 동생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며 관계자 경고와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그게 게벌써 두 달 전이다. 그런데도 해경과 정부는 아무 후속 조치가 없다. 분개해서 지난달 20일 해경청장에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는데 이것도 답이 없다. 준사법기관인 권익위 결정까지 무시하는 해경과 정부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게다가 해상 실종사건은 법적으로 72시간이면 종결되는데 해경은 따로 다뤄야 할 월북 의혹까지 묶어 무한정 수사를 끌고 가고 있다. 이러면 결론이 나기까지 5~6년 걸릴 수도 있다. 책임 안 지려는 시간 끌기의 전형이다. 내가 정말 화가 나는 이유는, 국가표창을 4개나 받은 성실한 공무원인 동생을 아무 근거 없이 월북자로 몰아버린 것이다. 월북은 큰 사건 아니냐.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북한에서 숨졌으니 월북자'라 못 박았다. 반발할 수밖에 없다. "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경에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는데
 "지난달 20일 첫 변론기일 절차가 진행됐는데 해경과 국방부 사람만 나오고 최상위 기관인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는 재판정에 나오지도 않았다. 청와대가 배후 핵심 조종자임을 스스로 드러낸, 거만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게다가 처음엔 군사기밀이니 국가안보니 하는 핑계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다가 요즘은 논리가 궁색한지 '한반도 평화 증진'까지 공개거부 이유로 들고 나왔다. 적대국 북한이 우리 국민을 죽였는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지도 못하면서 무슨 평화를 떠드나? 또 이 세 기관은 친노 유력 인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로펌을 변호인에 선임했다. 힘없는 개인인 유족을 상대로 국내 20대 로펌에 들어가는 실세 친정권 업체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국민의 인권은 뒷전이고, 자기방어에는 철저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북한과 핫라인이 끊어져 사과를 요구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지난 7월 남북 간 군 통신이 한때 재개됐다.
 "그래서 당시 통일부에 전화해 '핫라인이 열렸으니 북측의 사과를 받아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사무관이 '현안이 워낙 많아 순번이 돌아올지는 모르나 노력은 해보겠다'고 하더라. 내 참…."
-지난 2월 4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났는데
 "이 장관이 내게 '이 약속 한가지만은 자신 있게 드리겠다'고 하더라. '북측에 재발 방지를 요구해 받아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함흥차사다. 지금껏 아무 연락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사건 발생 직후 "대단히 미안하다"는 입장을 냈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사과했다고 높게 평가했는데
  "역지사지해보라. 만약 자신들의 가족이 그렇게 북측에 참혹한 죽임을 당했다면 그 정도 말에 그렇게 환호했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를 만났다고 하던데
 "내가 메시지를 보내자 20분 만에 답이 왔고, 만나자고 청하니 바로 응하더라. 7월 26일 만나 동생 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요청하니 '알겠다'고 하더라."
-의례적 반응 아닐까
 "아니었다. 보통 정치인들 만나면 참모가 준 쪽지를 갖고 나오는데 윤 후보는 빈손으로 날 만나 설명을 듣더니 바로 이해하고 공개적으로 답변을 줬다. 사건의 디테일을 자세히 알더라. 관심 갖고 모니터해왔다는 것이다. ‘국민 생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세금으로 사들인 기밀 장비로 얻은 대북 정보를 기밀인 양 자신들(정권)만 아는 건 잘못됐다.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엔 구분이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21일로 동생분 1주기인데
 "동생을 추모하며 조용히 보낼 생각이다. 조카(이씨 아들)와 제수씨(이씨 부인)는 제사를 모시려 한다."

서해상서 북한군에 피격된 공무원 1주기
형 래진씨"대통령 1년간 아무 조치 안해"
조카에 "챙기겠다"약속하고도 액션 없어
청와대 대변인도 전화, 메시지 묵묵부답
'재발방지 관철'약속한 이인영, 함흥차사
해경,권익위 권고도 무시하고 수사 끌어
"대통령에 욕 나올 만큼 격분해있다
이 정권 끝나면 대통령 형사고발할 것"
오후5시 '강찬호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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