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남도의원이 제주로…임기말 친여 99명 알박기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5:00

업데이트 2021.09.0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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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허진수 전 경남도의원은 지난 4월부터 국토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상임감사로 근무 중이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 출신인 허 감사는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허 감사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당원인 지인이 JDC에 지원해보라고 알려줘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도와 특별한 연고는 없다”면서도 “지역 연고를 따져 채용하는 게 더 병폐다. 나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비영리법인에서 수년간 감사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 JDC에서 그 점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野 "올해 '친여인사' 99명 임명…알박기" 

제주도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본사. 중앙포토

제주도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본사. 중앙포토

허 감사처럼 올해 임명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임원 728명(당연직 제외) 가운데 13.6%인 99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 캠프 및 민주당 출신 등 ‘친여(親與)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실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공시내용과 해당 기관 자료 요구 등을 통해 취합한 '공공기관 임원 현황'(8월 초 기준)에 따른 것이다. 서 의원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청와대, 민주당 출신 등 99명을 '친여권 인사'로 분류했다.

공공기관 임원의 임기가 통상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임명된 임원의 경우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 근무가 가능하다. 그래서 야당에선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낙하산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이른바 ‘실세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서 친여 인사 임명 비중이 높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에 17명,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엔 각각 13명이 임원으로 임명됐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에도 11명의 친여 인사가 임원으로 임명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캠프 경력의 경우엔 비공개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친여 성향 인사의 비중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윈지코리아 출신 2명도 公기관 행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들 중엔 왜 임원으로 발탁됐는지 전문성이나 직무 적합성을 따지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한석유협회장을 지낸 고광진 극동대 초빙교수는 지난 2월부터 산자부 산하 한국지역난방공사 비상임이사로 근무 중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주당 중앙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당인' 경력이 대부분인 그는 2005년 대한석유협회장에 임명될 때도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여론조사 및 정치컨설팅 업체인 윈지코리아 출신의 여권 인사 2명도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출신인 강희중 전 윈지코리아 부대표는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교육홍보이사로 있다. 마찬가지로 윈지코리아 부대표 출신인 허신학 전 최종원 의원 보좌관은 광업 활동으로 인하여 생기는 피해를 다루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의 비상임이사에 임명됐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의 험지로 불리는 대구ㆍ경북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사들도 올해 공공기관 임원으로 갔다. 경찰 출신으로 경북 영천-청도에 출마했던 정우동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국토부 산하의 한국철도공사 비상임이사에, 대구 동을에 출마했던 이승천 대신대 석좌교수는 교육부 산하 한국장학재단 상임감사에 각각 임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 출신인 정재호 전 의원은 지난 3월부터 의원 시절 피감기관이던 금융위 산하 중소기업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겨 이해충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 비상임자문을 맡았다가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정 전 의원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감사 업무와 사적 이해관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일준 의원은 “집권 초부터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로 ‘캠코더 인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친문 ‘알박기’ 인사에 열중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낙하산 및 보은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해 국정감사장에서 현미경 검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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