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진 빵훈이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00:04

업데이트 2021.09.0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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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레바논전 결승골을 터뜨린 권창훈이 포효하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레바논전 결승골을 터뜨린 권창훈이 포효하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손흥민(29·토트넘)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권창훈(27·수원 삼성)이 ‘레바논 침대 축구’를 걷어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6위 한국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레바논(98위)을 1-0으로 꺾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 1-0 승리
손흥민 종아리 부상으로 벤치 지켜
권창훈 교체 투입 2분 만에 결승골
레바논 ‘침대 축구’ 봉쇄하는 일격

후반 15분 권창훈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앞서 황희찬(25·울버햄튼)이 그의 별명인 ‘황소’처럼 왼쪽 측면을 저돌적으로 파고들었다. 문전으로 침투하는 권창훈에게 방향을 바꿔 땅볼 크로스 ‘컷백’을 내줬다. 왼쪽 골포스트 근처에서 슈팅 각도를 좁힌 권창훈이 강력한 왼발 땅볼 슛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2일 이라크와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한국은 1승 1무(승점 4)를 기록했다. 레바논은 1무 1패에 그쳤다. 한국은 레바논과 상대전적도 11승 3무 1패 우세를 이어갔다.

중동 원정을 5차례나 남긴 상황에서 한국은 A조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레바논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러나 킥오프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손흥민이 전날 훈련 후 우측 종아리에 불편감을 느꼈다. 우측 종아리 근육 염좌 진단을 받아 선수 보호 차원으로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은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황의조(29·보르도) 대신 조규성(23·김천 상무)을 A매치에 처음 내보냈다.

전반에 한국이 파상 공세를 펼쳤다. 슈팅에서 13대2(유효슈팅 5대0)로 크게 앞섰다. 전반 10분 이재성(29·마인츠)의 헤딩슛, 6분 뒤 황희찬의 강력한 왼발슛이 잇따라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레바논은 4-4-2 포메이션 ‘두줄 수비’로 내려앉았다. 한국의 공세가 이어지자 ‘레바논산 침대 축구’가 펼쳐졌다. 전반 26분 이동경(24·울산)의 슛을 막은 골키퍼 모스타파 마타르가 어깨를 부여 잡고 넘어졌다. 4분 뒤 와리드 슈르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시간을 끌었다. 이동국 해설위원은 “들것이 들어갈 정도인가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나상호의 크로스를 받아 문전 침투한 이동경이 슈팅을 때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또 막혔다. 레바논 골키퍼는 다시 드러누웠다.

한국 황희찬이 상대선수를 제치고 드리블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황희찬이 상대선수를 제치고 드리블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의조를 넣었고, 후반 13분 권창훈을 교체 투입했다. 그라운드를 밟은 지 2분 만에 권창훈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과거 아버지가 빵집을 운영해 ‘빵훈이’라는 별명을 얻은 권창훈이 중요한 순간에 ‘빵’ 터진 것이다. 권창훈은 “상대 뒷공간을 노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소속팀 홈구장에서 골을 넣어 영광이다. 아직 최종예선 8경기가 남았다. 매 경기 어렵겠지만 원정경기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전반 경기력은 이라크전보다 크게 좋아졌다. 빌드업(공격 전개) 템포가 빨라졌다. 과감한 패스와 돌파, 슈팅 다 괜찮았다. 하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후반에 한국 축구의 강점이었던 스피디한 측면 돌파가 늘어났다. 황희찬이 시원시원하게 왼쪽에서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레바논전마저 비겼다면 월드컵 본선행에 치명타를 입을 뻔했다. 우리 조에 ‘승점 자판기(쉽게 승점을 내주는 팀)’가 없다. 한국의 손흥민이 뛰지 못했지만, 레바논도 모하마드 하이다르가 부상으로 빠졌다. A조 경기는 모두 피말리는 승부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관중석에서 아쉬워하는 손흥민(오른쪽). [뉴스1]

관중석에서 아쉬워하는 손흥민(오른쪽). [뉴스1]

이날 이브닝스탠다드 등 영국 매체들도 “토트넘 스타 손흥민이 부상을 당했다”는 속보를 전했다. 손흥민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크게 다친 건 아니고, 이번 경기를 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강남제이에스병원 송준섭 원장은 “‘근육 긴장’ 1단계인 경우 며칠 쉬면 좋아진다. 하지만 파열이라면 6~8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손흥민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대표팀은 다음 달 7일 시리아와 홈 3차전을 치르고, 12일에 이란과 원정 4차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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