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반기에만 4조원’ 中 이 지방도시에 투자 쏟아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년 상반기 236억 위안(약 4조 27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쏟아진 곳. 중국의 후난(湖南)성에 있는 도시 창사(长沙)다. 최근 1-2년 사이 창사가 중국 신소비(新消费)의 중심지로 거듭나면서 각종 프로젝트 및 투자가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사실 자본 시장이 창사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투자가 늘어난 것은 2019년 말 경이었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치차차(企查查)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창사의 신소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기할 만한 점은, 초반 4년 간은 총 40건의 투자를 유치하며 11억 4100만 위안(2062억 3575만 원)을 조달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2020년)에는 단 6건의 투자 금액이 102억 위안(약 1조 8436억 원)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2016-2021 창사 신소비 투자 유치(파란 막대) 건수 및 금액(꺾은선, 단위: 억 위안) 추이 [사진 치차차]

2016-2021 창사 신소비 투자 유치(파란 막대) 건수 및 금액(꺾은선, 단위: 억 위안) 추이 [사진 치차차]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2건의 투자를 유치하며 236억 5100만 위안(약 4조 2700억 원)이 창사에 쏟아졌다. 1-2년 사이 창사에 대한 주목도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텐센트(腾讯), 바이트댄스(字节跳动) 등 대기업과 세콰이아캐피털(红杉资本) 등 주요 투자회사들도 창사 투자 열풍에 지속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젊은 인구, 왕성한 구매력

창사에 투자가 쏠리는 이유로는 우선 창사 시민들의 왕성한 구매력을 꼽을 수 있다. 창사는 1인당 소비 지출로 중국 전국에서 상위 9위 도시에 해당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창사 거주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5만 1488위안(약 930만 원)으로 동기 대비 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창사는 1선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물가와 집값, 높은 청년 인구 비중이라는 강점이 있으며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커 연구원(贝壳研究院)이 발표한 〈2021 신 1선 도시 거주 보고서(2021新一线城市居住报告)〉에 따르면, 창사의 거주 부담 지수는 약 54.44로, 집값이 합리적인 도시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뿐만 아니라, 창사는 최근 들어 젊은 인재들을 대거 빨아들이는 도시 중 하나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연말 기준 창사의 상주인구 수는 1004만 7900명으로, 후난성에서 가장 많았다.

다시 말해, 창사는 합리적인 집값에 인재 친화적인 구조를 갖췄고, 이에 따라 구매력을 가진 젊은층이 많이 거주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기에 적합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슈와 트렌드를 주도하는 ‘핫플’

중국에서 창사는 놀거리가 풍부한 도시로도 유명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물류와 교통 인프라도 풍부해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창사를 찾고 있다.

트립닷컴(携程)과 신화차이징(新华财经)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1년 노동절 여행 빅데이터 보고서(2021“五一”旅行大数据报告)〉에 따르면, 창사는 올해 노동절 황금연휴 10대 핫한 여행지로 선정됐으며, 밤도깨비(야간) 여행으로 뜨는 도시 가운데 2위에 올랐다.

[사진 촹예쭈이첸셴]

[사진 촹예쭈이첸셴]

창사는 여행객에게는 먹거리와 놀거리가 풍부한 핫플레이스로, 창업자에게는 신흥 비즈니스 기회가 넘치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원허유(文和友), 차옌웨써(茶颜悦色) 닝지(柠季), 모모뎬신쥐(墨茉点心局), 성샹팅(盛香亭) 등이 모두 이곳 창사에서 꽃을 피운 요식업체다.

창사 넘어 전국구로 뻗어가는 파급력

주목할만한 점은 창사에서 피어난 신흥 비즈니스가 주변 도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창사의 밀크티 브랜드 차옌웨써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차옌웨써 대리구매 1잔에 600위안’이라는 키워드가 검색창을 달궜다. 600위안은 우리 돈으로 약 10만 8000원. 대신 줄을 서서 밀크티를 사주는 대가가 음료 정가의 10배를 훌쩍 넘는 셈이다.

촹예쭈이첸셴(创业最前线)에 따르면, 베이징에 사는 한 중국인은 타오바오를 통해 창사 모모뎬신쥐(墨茉点心局)의 제품을 구매했다. 핫한 빵집의 제품을 맛보기 위해 대리구매 대가로 473위안(약 8만 5600 원)을 기꺼이 지불했다.

2021년 창사 신소비 사업 관련 투자 유치 현황 [사진 치차차]

2021년 창사 신소비 사업 관련 투자 유치 현황 [사진 치차차]

역시 창사에서 시작된 룽샤 맛집 원허유의 경우, 선전 매장 개점일에 5만 명이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소비자들이 창사의 신흥 브랜드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창사에서 기원한 신흥 왕훙(网红) 브랜드들은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방식으로 입소문 효과를 누리고 이슈 몰이를 하며 중국 전역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창사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잇따른 성공으로 돈과 사람을 각지에서 끌어 모으고 있다. 지방 도시 창사가 단기간 내 전국구 인기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와 자본, 신흥 비즈니스가 이룬 선순환 구조 덕분으로 풀이된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