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을이 내려 쌓였네

중앙일보

입력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도시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단풍잎은 한낱 낙엽이 되어 거리에 쌓인다. 오늘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 쌀쌀한 바람결에 흩날리는 낙엽길을 걸으며 낭만에 젖기에 더 없이 좋은 때다. 서울시는 최근 '낙엽과 단풍의 거리' 53곳을 선정, 이달 중순까지 쌓인 낙엽을 쓸지 않은 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민들이 가을의 끝자락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가족끼리, 애인의 손을 잡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서울시내 주요 낙엽 길들을 소개한다.

▶덕수궁 돌담길
중구 정동 덕수궁 입구~정동사거리 구간(길이 900m)에 1910년 조성된 길.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다. 1998년에는 서울시가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보행감이 좋은 재질로 재포장했다.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덕수궁길을 걸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고 있지만, 여전히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양재 시민의 숲
서초구 양재동 236 일대. 양재천을 따라 형성된 강남권 최대 규모(7만8000여평)의 도시숲이다. 4.4㎞ 구간에 조성된 산책로 주변에 각종 나무 25만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단풍과 낙엽이 절정을 이룬 요즘은 뉴욕의 센트럴파크 못지 않게 아름다워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도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하차, 7번 출구로 나와 성남 방향 버스를 타면 된다.

▶올림픽공원 위례성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남4문~남2문 2.7㎞의 은행나무길. 공원과 조화를 이룬 낙엽길은 그야말로 영화 속 한장면이다. 공원 안에는 왕벚나무 단풍이 있고, 몽촌토성에 오르면 노랗게 변한 잔디밭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평일에는 인적이 드물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다. 올림픽공원 정문에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드라이브 코스도 좋다.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를 나가면 오른쪽에 있다.

▶워커힐 숲길
광진구 광장동 아차산생태공원~쉐라톤워커힐 호텔 1㎞ 구간은 가을이면 산벚나무 1000여 그루가 단풍 터널을 이루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황톳길·연못·통나무 데크 등도 갖춰져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하차, 1번 출구를 거쳐 광장중학교 오른쪽으로 가면 아차산공원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여의서로
영등포구 여의도 서강대교에서 국회의사당 뒤편을 거쳐 파천교에 이르는 1.8㎞ 구간. 봄철에 화려한 꽃을 피웠던 왕벚나무들이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 터널을 이룬다. 행인이 드물어 연인이나 부부끼리 팔짱을 끼고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하차, 여의도공원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하늘공원 억새밭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옛 난지도쓰레기매립장) 안 3만5000평의 부지에 인공으로 심은 제주도산 억새풀이 은빛물결인 양 장관을 이룬다. 난지도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98m)에 위치, 북한산·남산·63빌딩·한강·행주산성 등 서울 주변 주요시설을 사방으로 구경할 수도 있다. 11월 이후 겨울철에는 오후 4시까지만 입장(무료) 가능하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성산)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문의 300-5500-2(월드컵공원관리사무소).

▶과천 서울대공원
대공원 외곽순환도로 6.5㎞ 구간에서 흐드러진 낙엽과 단풍과 고루 즐길 수 있다. 19일까지 김용택 시인의 '가을' 등 가을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시 15점이 길가에 전시되고, 낙엽이나 단풍잎에 글귀를 써 오면 무료로 코팅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프리미엄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