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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임금체불에 징벌적 손해배상…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중앙일보

입력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법안 발의 취지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법안 발의 취지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은 6일 “임금체불은 노동자를 기만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임금체불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변 노동위원회 등 9개 단체는 6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안호영ㆍ 송옥주ㆍ임종성ㆍ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과 공동 발의한 개정안은 ▶상습 임금체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실질적인 폐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 연장(3→5년) 등을 담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의원은 “임금체불 피해노동자 권리 구제를 위해 2개 법안을 앞서 대표 발의했지만,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와 체불액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또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피해 노동자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4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임금을 체불 당하고, 1년 동안 발생하는 임금체불액을 합치면 1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특히 임금을 체불 당하는 노동자의 40%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에 몰리는 등 임금체불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이들 단체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액은 2018년 기준 일본의 16배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있다. OECD 국가 중 임금체불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또 임금체불로 발생하는 생계의 위협과 피해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고용노동부는 명절을 앞둔 현시점에 임금체불 기동반을 만들어 특별 근로 감독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법을 통한 강력한 처벌과 방지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행정력을 동원한 감독이 확충돼야 한다. 지방 정부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교육ㆍ홍보ㆍ지원 등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은영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임금체불 문제를 다루는 법률가 입장에서는 반의사불벌죄가 악용돼 왔다. 임금체불이 범죄라는 인식을 명확하게 갖는다면 행위는 최소화돼야 하는데 언제든지 임금만 지급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몇 개월 늦게 지급하는 것쯤이야’하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제도를 운용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허권 상임부위원장도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 수가 최근 5년간 안 줄었다. 지난해 형사 판결까지 이어진 임금체불 사건 1240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45건으로 4%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체불과 관련해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되면서 엄격한 처벌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금체불은 임금 절도나 임금 사기로 표현한다. 임금체불은 횡령이고 노동자를 기만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력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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