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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일본도'에 살해된 아내, 마지막 말은 "우리 애들 어떡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인 앞에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49)씨 가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장인 앞에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49)씨 가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장인 앞에서 ‘일본도’(장검)로 살해한 남성이 구속됐다. 숨진 여성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은 온라인상에 가해자의 엄벌을 청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도(장검)로 살해당한 아내의 친구예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숨진 A씨와 고등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만났던 친구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제 친구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고 호소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교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을 했다.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A씨는 갑자기 5년 정도 연락이 끊겼다가 지난해 연락이 닿았다.

오랜만에 만난 A씨는 글쓴이에게 남편 B(49)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B씨는 A씨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앱을 깔았고, 집안 곳곳에는 음성 녹음기를 설치했으며 차량 블랙박스를 수시로 체크해 A씨가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들 앞에서 A씨를 폭행했다.

글쓴이는 “4월에 또 말다툼한 후에 B씨가 위협을 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목을 졸랐다더라”라며 “장검은 몇 번씩 꺼내서 죽인다고 위협할 때 썼다고 한다. 일할 때 돈 대신 받아온 장검이라는데 무서워서 치워놓으면 찾아다가 침대에 놔뒀다고 한다”고 말했다.

B씨는 A씨에게 ‘퇴근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위협을 느낀 A씨는 아이들만 데리고 도망치듯 친정으로 가 이혼 소송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B씨는 자녀들에게 연락해 ‘옷을 가져가라’고 했고, 사건 당일 A씨는 아이들과 자신의 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가게 됐다. 자녀 옷을 챙기는 A씨에게 B씨는 ‘이혼 소송을 취하하라’고 말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B씨가 ‘죽어’라며 안방에서 장검을 가지고 나왔다.

A씨는 아버지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아버지는 B씨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B씨는 부엌으로 도망가는 A씨를 따라가서 배를 찔렀다. A씨의 아버지는 B씨를 제압하고 A씨에게 ‘도망가라’고 했지만 A씨는 피를 많이 흘려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넘어졌다.

글쓴이는 “A씨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바로 아버지가 A씨를 안고 ‘신고를 했는데 널 살리진 못할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라’라고 했더니 A씨는 ‘우리 아이들 어떡해’라더니 더 말을 잇지 못했다더라”고 했다.

글쓴이는 A씨 아버지의 상태에 대해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계속 눈물만 흘리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내 친구의 명복을 빌어달라”며 “가해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지난 3일 오후 2시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 소지품을 가지러 온 아내 A씨를 집에서 보관 중이던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피해자와 지난 5월부터 별거하며 이혼소송을 벌여왔다.

서울남부지방법(부장판사 김상규)은B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 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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