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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들고나온 30대女의 죽음…마지막 만난 60대 '수상한 침낭'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 무안의 한 숙박업소에서 옛 직장 동료인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구속된 60대 남성이 2일 전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전남 무안의 한 숙박업소에서 옛 직장 동료인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구속된 60대 남성이 2일 전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살인·사체유기 혐의 60대 검찰 송치

전남 무안에서 지인과 만난 뒤 실종된 A씨(39·여)가 30㎞ 떨어진 해남의 호수에서 17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실종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B씨(69)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했지만, 현재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상태다.

전북경찰청은 2일 "옛 직장 동료인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구속된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8시2분과 9시55분 사이 무안군 한 숙박업소에서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다. 경찰은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직장 동료로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2시5분쯤 전남 해남군 영암호 해암교 상류 3~4㎞ 지점에서 A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드론을 띄워 수색하다가 수풀에 걸려 있는 여성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은 발견된 시신이 A씨의 신체적 특징과 치료 전력 등이 비슷하고 외출 당시 입은 옷과 같다는 사실 등을 바탕으로 동일 인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맡기는 한편 지문 대조와 유전자 감식을 하고 있다. 도대체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달 30일 전남 영암 일대에서 경찰관들이 실종된 30대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 1일 해남군 영암호 해암교 상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2일 무안의 한 숙박업송서 이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옛 직장 동료 60대 남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전남 영암 일대에서 경찰관들이 실종된 30대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 1일 해남군 영암호 해암교 상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2일 무안의 한 숙박업송서 이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옛 직장 동료 60대 남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뉴스1

2명 투숙 후 2시간 뒤 혼자 침낭 들고 나와    

지난달 17일 A씨 가족의 미귀가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선 경찰은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지난달 24일 전남 담양에서 긴급체포했다. B씨는 체포 전까지 지인들을 만나고, 주거지 등에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 두 사람이 함께 숙박업소에 들어간 정황을 확인하고 B씨를 살인 피의자로 지목했다. 해당 숙박업소 폐쇄회로TV(CCTV)에는 두 사람이 객실에 들어가는 모습과 약 2시간 뒤 B씨 혼자 사람 크기의 침낭을 양팔로 감싸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 밀어 넣는 모습 등이 찍혔다.

경찰은 "두 사람이 숙박업소에 입실할 당시에는 침낭을 가지고 객실에 들어가지 않았고, 투숙 후 10분 정도 뒤에 B씨가 차에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전남 영암 일대에서 전북경찰청 드론팀이 드론을 띄워 전남 무안의 한 숙박업소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 1일 해남군 영암호 해암교 상류 3~4㎞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1

지난달 30일 전남 영암 일대에서 전북경찰청 드론팀이 드론을 띄워 전남 무안의 한 숙박업소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 1일 해남군 영암호 해암교 상류 3~4㎞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1

"25분 거리, 1시간30분 걸려…휴대전화 없어져"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곳은 광활한 지역인 데다 근처에 CCTV가 없어 차량 동선만 확인된다"며 "시신을 버리는 장면 등은 찍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신은 (호수와 맞닿은) 바다 조류 때문에 하류가 아닌 상류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살해 장소에서 시신이 발견된 곳까지는 승용차로 25분 정도 거리지만, 실제로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유기한 장소가 B씨 고향에서 멀지 않아 주변 지리를 잘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휴대전화는 현재 없어진 상태다. 경찰은 범행 시점 이틀 뒤 숙박업소와 시신이 발견된 장소 중간 지점에서 A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점으로 미뤄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전화기를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시신이 발견된 뒤에도 "살해한 적도, 시신을 유기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0일 전남 영암 일대에서 경찰관들이 실종된 30대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 1일 해남군 영암호 해암교 상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2일 무안의 한 숙박업송서 이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옛 직장 동료 60대 남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전남 영암 일대에서 경찰관들이 실종된 30대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 1일 해남군 영암호 해암교 상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2일 무안의 한 숙박업송서 이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옛 직장 동료 60대 남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실종 전 남편에게 2억2000만원 가져가" 

경찰은 A씨가 지난 7월 29일 남편으로부터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현금 2억2000만원을 가지고 나간 당일 B씨를 만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는 남편 직장에서 남편이 준비한 현금을 받아 갔다. 이 돈은 전북에 사는 A씨 부부가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받은 전셋돈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 남편은 경찰에서 "아내가 전남 지역 부동산에 투자한다고만 하고 구체적으로 누구한테 돈을 준다고는 말하지 않았다"며 "'(부동산을 소개한 사람이) 충분히 믿을 만한 사람이고, 확실하다고 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A씨는 집에 가지 않았지만, 남편과는 실종 직전까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가져간 2억2000만원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남편에게 가져간 현금 일부를 어딘가에 투자한 정황은 있지만, B씨에게 그 돈을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숨진 A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5통도 발견됐다. A씨는 살해되기 직전 남편에게 '헤어지자'는 내용이 담긴 편지 3통을 부쳤고, 시신에서도 편지 2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필적이 맞는지, B씨의 강요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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