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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수사했던 윤석열, 육영수 생가서 받은 숙제 "朴 꺼내주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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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충청 방문 이틀째인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방문했다. 충청권과 정통 보수 지지층의 민심을 동시에 공략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윤 전 총장은 충북에서의 첫 일정으로 육 여사 생가를 방문했다. 육 여사 전신 초상화 앞에서 3초 가량 묵념한 윤 전 총장은 이후 문화해설사와 함께 생가를 둘러봤다. 육 여사가 결혼으로 집을 떠나기 전 사용했던 생가 뒤편의 작은 방을 들여다보며 주변 설명에 자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1일 오전 충북 옥천군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육 여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1일 오전 충북 옥천군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육 여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생가를 둘러본 뒤 윤 전 총장은 “육 여사는 제가 중학교 2학년이던 1974년 8월 15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광복절 기념행사 중에 문세광의 총탄에 서거하셨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방침에 대해선 좀 불만을 갖고 있는 국민도 굉장히 많았는데, 우리 육 여사님에 대해선 당시를 기억하는 어느 국민도 비판하는 분이 없다”며 “저 역시도 우리 여사님의 그 낮은 곳을 향한 어진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고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우리 육영수 여사님’이라며 육 여사에 대한 친근감과 존경심을 보였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 간의 서로 다른 의견이 많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육 여사 생가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도 일부 몰려왔다. 이들은 “부정선거 밝혀주쇼” “(박근혜 전 대통령) 엄마 집에 왔잖아요” “박근혜 대통령 감옥에서 꺼내주쇼”라고 윤 전 총장을 향해 소리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1일 충북 옥천 박근혜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충북 방문은 대선출마 선언 후 처음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1일 충북 옥천 박근혜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충북 방문은 대선출마 선언 후 처음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에 관여한 건 맞다. 그러나 그건 공직자로서 정부의 인사 발령에 따라 저의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많은 분의 마음에 대해선 제가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대구를 찾은 윤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문재인 정부와 맞선 그 검사가 용기를 잃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지낸 윤 전 총장이 일종의 ‘박근혜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온정적으로 접근할 경우 강성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가능한 대신, 중도층 및 무당파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및 탄핵에 대해 정당했다는 평가를 할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육 여사 생가에 이어 국민의힘 충북도당을 방문한 윤 전 총장은 “역대 대선에서 충북의 민심을 잡지 못하고 승리한 후보가 없었다”며 “충북은 국토의 중심일 뿐 아니라 중화, 중용의 민심 바로미터이자 우리나라 전체 여론의 중심을 잡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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