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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쏟아지는 '사용 후 배터리' … 안전한 관리가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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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진 데 비례해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도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10년 정도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는데 신제품에 비해 70~90% 수준으로 떨어져 주행거리가 줄고 충전 속도도 떨어지면 차량용으로는 수명을 다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ESS(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설치해 ‘재사용’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이제부터는 ‘폐배터리’가 아니라 ‘사용 후 배터리’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김현수 교수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배출되는 사용 후 배터리 숫자는 2023년 5914개, 2026년 4만2092개, 2030년 10만7520개로 급격히 늘어나 2030년엔 누적 42만2975개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물질인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처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유독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용 후 배터리는 위험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높은 전압 때문에 감전이나 화재·폭발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6월 21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관 8명이 투입돼 7시간 만에 진화하였는데 사용된 물의 양만 한 개의 소방서에서 한 달간 사용되는 물의 양인 10만ℓ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세종 부강면 육군종합보급창 리튬배터리 창고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250억원의 물적피해가 발생해  군 내부 리튬배터리 안전관리 대책에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군부대 리튬배터리 화재사고가 연간 10여 건씩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 전북 완주에서는 폐배터리를 싣고 달리던 25t 화물트럭에서 불이 나는 사건도 발생했고, 삼성SDI 천안사업장 자원순환센터 내 폐배터리 화재, 2019년 12월 인천공항 물류단지 내 물류업체 화물창고 화재 등도 모두 폐배터리에서 기인한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가정 내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드론, 청소기, 노트북, 전동 퀵보드 등의 리튬배터리 화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용 후 배터리는 재이용, 재활용 자원으로써 주목을 받고 있으나, 보관 및 운송과정에서 수분과 만나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해 순간적인 발열로 화재발생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안전하게 운송, 보관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재산, 인명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정부 발표에서도 8월 말부터 전국 4곳에 미래폐자원거점수거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며, 이미 제주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 등에서도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회수, 보관, 평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재이용,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한 운송, 보관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는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배터리 안전교육, 방재교육, 분리교육, 재활용교육 등도 체계적인 준비체계도 살펴보아야 한다.

쏟아져 나올 폐배터리에 대한 화재안전 관리체계가 조속히 구축되지 않으면 이차적인 사회, 환경문제와 자원낭비를 초래하게 됨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우립(雨笠) 만드는 동안에 날이 개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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