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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닝 투수' 몽고메리, 삼성의 치명적인 평가 오류

중앙일보

입력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돼 큰 기대를 모았던 마이크 몽고메리. 그러나 제구 불안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돼 큰 기대를 모았던 마이크 몽고메리. 그러나 제구 불안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풍부한 경험과 안정적인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다."

지난 6월 삼성이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한 마이크 몽고메리(32)를 두고 한 말이다.

몽고메리는 큰 기대 속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어깨 부상을 이유로 퇴출당한 벤 라이블리를 대체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삼성의 미국 현지 코디네이터 조시 필즈는 "몽고메리는 훈련 태도가 좋다. 마운드에서 집중력과 투쟁심이 강하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3개월째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영입 효과가 미미하다.

구단이 강점으로 꼽은 제구가 말썽이다. 몽고메리의 9이닝당 볼넷은 7.54개. 규정이닝을 채웠다면 리그 최하위(1위·KT 고영표 1.89개)다. 볼넷 남발은 비효율적인 투구로 연결된다. 이닝당 투구 수가 20.6개(팀 평균 17.6개)로 많다. 산술적으로 5이닝만 소화해도 투구 수가 100개를 넘는다. 그의 올 시즌 한 경기 평균 투구 수는 93.2개다.

몽고메리는 KBO리그 첫 다섯 번의 선발 등판에서 2패 평균자책점 7.15(22⅔이닝 18자책점)를 기록했다. 선발 투수 평가 지표인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한 번뿐이다. 6회 이전 강판이 무려 네 번. 지난 24일 대구 SSG전에서 4이닝 6실점, 29일 수원 KT전에선 4⅔이닝 6실점 했다. 두 경기 모두 볼넷 4개씩을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었다. 유일하게 QS를 해낸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6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줬다.

몽고메리는 삼성이 선택한 '우승 청부사'다. 시카고 컵스에서 뛴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MLB 통산 183경기를 소화했다. 왼손 투수로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까지 던진다. 라이블리가 이탈한 삼성은 몽고메리에 올인했다. 현행 KBO리그 신규 영입 외국인 투수 몸값은 최대 100만 달러(11억6000만원)로 제한된다. 교체 선수는 잔여 개월 수에 따라 산정된다. 삼성은 계약 시점 기준 몽고메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6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45만 달러, 인센티브 5만 달러)를 꽉 채워서 계약했다.

무기는 다양하다. 포심 패스트볼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는다. 투심 패스트볼까지 자유자재로 던진다. 매 경기 투구 분석표에는 최소 5가지 구종이 기본적으로 찍힌다.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효율적으로 사용하질 못한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7월 초 몽고메리에 대해 "구종과 레퍼토리를 살리려면 결국 제구다. 구종 많은 투수가 제구력까지 뒷받침되면 KBO리그에서 충분히 승산 있다. 결국은 제구"라고 재차 강조했다.

몽고메리는 계속 흔들린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볼넷으로 무너진다. 그가 등판하는 날 삼성은 불펜가 소모가 크다. 자칫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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