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와 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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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BC500년께 페르시아대제국은 동으로는 인도에서부터 서쪽으로는 에게해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 에게해에 연한 그리스반도 한쪽 끝에 위치한 그리스는 소수민족에 지나지 않은데다 몇개의 도시가 독립된 주권을 가진 이른바 도시국가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들 도시국가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고도의 민주정치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문화 또한 찬란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스도 소아시아의 이오니아에 밀레토스를 최초의 식민지로 건설하고 있었으나 페르시아의 세력이 서쪽으로 뻗치면서 그것을 잃게되었다.
그리스의 높은 민주정치에 익은 밀레토스시민들이 잠자코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페르시아의 중앙집권적 지배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반란은 곧 진압되었을 뿐 아니라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반란을 뒤에서 부추긴 아테네를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이것이 유명한 페르시아전쟁이다.
마치 코끼리와 강아지의 싸움을 연상케 하는 이 전쟁은 그러나 뜻밖의 결과로 나타났다. 민주적인 아테네시민들의 단결력은 페르시아의 대군을 마라톤평야에서 물리친 것이다.
그리스군의 전령 파이피데우스는 이 승전보를 갖고 아테네까지 22마일을 달려와 전하고는 숨을 거뒀다. 이것이 마라톤 경주의 시초이며 올림픽경기의 모태가 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그리스국민들은 또다시 「돈」과의 외로운 싸움을 벌이다가 패배하고 말았다.
그것은 IOC가 근대 올림픽 1백주년을 맞는 96년의 하계 올림픽은 올림픽 발상국인 그리스에서 열기로 묵계됐다가 갑자기 미국의 아틀랜타시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올림픽정신과 아마추어리즘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IOC가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은 때에 8년 만에 또다시 같은 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IOC가 「돈」에 약하다는 것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일설에는 96년 하계 올림픽에서 마라톤은 따로 떼어 그리스에서 개최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것은 아예 올림픽을 없애겠다는 소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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