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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부친 편지 읽으며 울먹…"무혐의땐 이재명 사퇴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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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의혹 조사 이후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부친의 세종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저 자신을 벌거벗겨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의뢰한다.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다시 의뢰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 기자 회견 이틀만에 다시 회견에 나선 건 전날 부친이 언론 인터뷰에서 투자 목적의 농지구입을 일부 인정하는 등 관련 의혹이 증폭되면서 여권의 공세가 더 거세졌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이날 부친 토지 구입 당시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재직 중이던 본인이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세종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통상 3~5년의 시간이 걸리고 이때 개발 정보가 관련 국민들에게 공유된다. 예비타당성 조사 정보를 제가 빼돌렸다는 의혹 자체가 터무니없다”며 관련 의혹을 “의도적인 모해”라고 규정했다.

또 “부동산 거래에 돈을 보탰는지, 차명으로 소유했는지 샅샅이 까보라”며 부친이 세종시 땅을 구매한 당시 자신의 통장거래내역도 공개했다. 이어 "저희집도 압수수색하라. 부모님 댁도 압수수색에 흔쾌히 동의할 거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제출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권의 비난에 대해선 “평생 공작정치나 일삼으며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 모리배들의 자기 고백”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윤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 남영희 대변인이 음해에 가장 앞장선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캠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더러운 음모나 꾸미는 캠프라는 것”이라며 “무혐의로 밝혀지면 이재명 후보도 당장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또 방송인 김어준 씨에 대해서도 “김어준이라는 인물은 우리 정치의 가장 암적인 존재”라며 “공적인 공간에서 사라져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지사 캠프에선 “KDI가 예타를 하는 기관이라 (윤 의원이)관련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우원식 선대위원장), “ 윤 의원 동생남편(제부)이 청와대 비서실과 박근혜 정권의 막강 실세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다. (투기 의혹이)우연일 수 없다”(남영희 대변인)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어준 씨 역시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해당 토지의)시세차익이 30억이 넘는다. 땅을 강제로 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부친의 농지법 위반을 누구한테 분노하느냐"라고 주장했다

다만 윤 의원은 부친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했을 가능성은 일부 인정했다. 윤 의원은 “저희 아버님에게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으며, 투기 의혹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겠다”며 “아버님은 성실히 조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책임을 지실 것이며, 저는 어떤 법적 처분이 있든 그 옆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의원은 25일 첫 기자회견에서 “저희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소망으로 농지를 취득했다”며 투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26일 부친이 JTBC 인터뷰에서 “투자할 건물을 보러갔다가 농지를 샀다”고 말하면서 여당에서 “위선, 거짓 해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윤 의원은 “어제 보도 보면서 놀랐다. 아버님이 굉장히 여러 마음을 갖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아버님이 어떤 위법을 의도했다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윤 의원은 부친의 자필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윤 의원의 부친은 편지에서 “출가외인인 딸자식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주게 돼 아비 된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며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이 되는 대로 그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의혹을 잘 소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의원의 눈물은 대한민국에서 왜 정치교체가 필요한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재명 경기지사, 김어준 씨 등은 즉각 모든 공적 공간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이런 공작 전문가들의 날조와 조작에 의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저부터 앞장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윤 의원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원칙을 적용하며 책임의 정치를 보여줬다. 초선의원들은 윤희숙 의원의 진실을 믿는다”며 “윤 의원이 자청한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민주당에서 거짓모략으로 허위비방한 대선주자와 의원들은 모두 사퇴하라”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대선 경선을 포기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면서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수본에 다시 의뢰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대선 경선을 포기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면서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수본에 다시 의뢰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당내에선 “윤 의원 부친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야당에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농사를 지으려고 한 것’이란 당초 기자회견이 말실수였다. 잘 모르면 차라리 모른다고 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 의원이 의원직까지 걸면서 야당 조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권익위가 문제를 제기한 다른 의원들까지 의혹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앞서 권익위 조사 결과 당 지도부로부터 탈당을 요구받은 이철규ㆍ강기윤 의원이 26일 당 최고위를 항의방문해 공개발언으로 소명했지만, 이날 오후 의혹과 관련한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서 당내에선 “지도부가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동료로서 안타까움은 있지만, 지도부가 탈당을 요구한 의원들 외에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죄가 없다’고 심판한 건 아니다”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당초 권익위원회에서 자료가 왔을 때 ‘봉투도 열지말고 강경조치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입법기관에게 경미한 죄란 없다. 국민 정서와 괴리감이 있는 부분이 추가적으로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소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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