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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배신당했다" 아프간 3성 장군이 꼽은 뼈아픈 3대 패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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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 사다트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연합뉴스

사미 사다트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카불을 내준 사미 사다트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사령관이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우리는 배신당했다”고 토로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사다트 사령관에게 카불 사수를 명령한 뒤 지난 15일 카불이 함락되자 돈다발을 챙겨 달아났다. 3성 장군인 사미 사다트는 “지난 3개월 반 동안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밤낮으로 탈레반에 맞서 피비린내 나게 싸웠다. 카불로 불려 갔을 때 이미 탈레반이 도시에 진입하고 있었다. 너무 늦었다”며 “난 지쳤고, 좌절했고,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아프간군조차 자신을 위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죽을 수도, 죽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한 대목을 강하게 반박했다.

사다트 장군은 “아프간 육군이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미국 동맹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과 지난 몇 달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난 우리에 대한 무시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서방 관리들이 아프간 육군이 붕괴한 것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대지 않고, 비난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카불과 워싱턴의 정치적 분열이 군대의 목을 졸랐다” 말했다.

‘아프간군이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지난 20년간 전체 병력의 5분의 1인 6만6000명이 전사한 사실을 거론한 사다트 장군은 “아프간군이 무너진 이유는 3가지”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평화협정 ◀군수지원과 정비지원 중단 ◀아프간 정부의 만연한 부패를 지적했다.

가장 먼저 지목한 패인은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체결된 미국과 탈레반의 협정이다. 미군 철수를 기정사실로 한 협정이다. 사다트는 그전까지 별다른 승리를 거두지 못하던 탈레반이 이를 계기로 기사회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싸웠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확인하면서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군수업체들이 먼저 철수하면서 기술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이들 업체가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는 바람에 첨단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없었다고 사다트 장군은 전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군부의 만연한 부패를 “무시할 수 없는 패인”으로 꼽았다. 그는 부정부패를“이 나라의 진정한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개인적 연고와 연줄에 의해 구축된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식량 공급과 연료 부족 뒤에 부패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자성이다.

사미 사다트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연합뉴스

사미 사다트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연합뉴스

그는 “싸움의 마지막 날은 초현실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상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데도 미군 전투기들이 구경꾼처럼 상공을 선회하는 것에서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의 좌절감을 설명했다. 그는 “탈레반의 포화 속에서 우리 군인들은 비행기 소리를 듣고 왜 공중 지원을 하지 않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사다트 장군은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들로부터 배신당했다”며 “아프간 전쟁은 국제 전쟁이다. 하나의 군대만으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라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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