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몽실 언니』|K-1TV『서울뚝배기』|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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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새로 선보이고 있는 양 방송의 TV드라마들이 복잡하게 얽힌 애정관계나 흥미위주의 구성에서 벗어나 부담 없이 보면서도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드라마중 대표적인 것이 MBC-TV 주말연속극『몽실 언니』(토·일요일 오후8시)와 KBS-lTV 일일극『서울뚝배기』(평일 오후 7 시25분).
이 두 드라마는 저녁시간에 가족들이 오붓하게 둘러앉아 보기에는 낯뜨거운 장면이 많아 민망해 했던 예전의 대부분 애정드라마와는 격을 달리해 3대가 다함께 볼 수 있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이채롭다.
이 달 초에 시작, 한 달이 채 안됐음에도 갈수록 인기를 더해 가는『몽실 언니』는 6·25때 고아가 된 몽실이가 어린 동생을 위해 온갖 고생을 하고 어른이 되면서 진정한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게 되는 인간성장드라마.
『아픈 시절을 되새겨 보자는 내용만은 아닙니다. 욕먹으면서도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제작에 어쩔 수 없이 연연했던 과거 자세에서 탈피하자는 거죠. 시청률과 관계없이 모처럼 우리의 삶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하는 드라마다운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송국 안팎의 시각이 크게 작용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번 작품의 성공여부에 따라 TV드라마의 큰 물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김한영 PD(42)는 말한다.
극중의 몽실이가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지방촬영현장인 충남 온양과 충북 괴산 등지에서 나도는가 하면 동명의 원작 『몽실 언니』(창작과비평사간)가 국민학교 담임선생들이 권하는 필독서가 됐을 정도로 이 드라마의 반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일연속극 치고는 짧은 시간에 큰 호응을 얻고 있는『서울뚝배기』역시 요즘의 사회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탕주의가 널리 퍼져 있는 속에 그동안 무시돼 온 성실한 삶의 자세에 초점을 맞춘 것도 그렇지만 웃으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신선 감을 주는 주인공들의 연기, 개성 있는 배역들의 팽팽한 연기대결 등 이 볼만하다는 게 주위의 평이기 때문이다.
3대째 가업으로 내려온 한 식당을 둘러싼 단조롭다면 단조로운 장면들이지만 긍정적인 인간형들이 부각되고 있고 최수종·도지원·길용우씨 등 주인공들의 사랑싸움과 젊은이 특유의 꿋꿋함도 돋보인다.
그간 시청률 등 여러 사정으로 이런 유의 드라마가 제작진들이 원래 뜻했던 대로 끝을 맺은 경우가 드물었던 만큼 앞으로 이 두 드라마가 어느 정도 극적 요소를 가미해 나가고 우리 드라마의 질을 높여 줄 것인지 주목된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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