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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셧다운제 없애고, 확률형 아이템은 규제...게임 규제, 룰이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5 14:21

업데이트 2021.08.25 15:04

그래픽=정원엽 기자

그래픽=정원엽 기자

자정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 PC 게임 접속을 막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된 지 10년 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25일 '신데렐라법', '갈라파고스 규제'라 불리던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 핵심이 뭐야?

·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교육부가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 제26조)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내 부처별 이견이 있었지만, 청와대와 국회가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 대신 정부는 소비자의 불만이 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시 의무화'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게임시간은 소비자 자율에, 그러나 게임 내 소비(결제)에서 '소비자 보호'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방향이 바뀐다.

▶ 뭐가 달라져?

· 만16세 미만 청소년의 PC 온라인 게임 접속 금지(자정~오전 6시까지)가 사라진다. 그동안은 게임사가 청소년 접속을 차단해야 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아야 했다.
· 대신, '게임시간 선택제'(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가 확대된다. 2012년 도입된 게임시간 선택제는 만18세 미만 청소년이나 법정 대리인이 0~6시 이외 시간에도 게임시간을 추가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셧다운제와 중복되고, 이용자가 게임별로 직접 제한 시간을 신청해야 해 이용이 불편했다. 앞으로는 24시간 중 게임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게임문화재단(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기관)에 신청 대행을 맡길 수 있다.

▶ 왜 중요해?

게임업계에선 셧다운제 폐지를 계기로 '게임=나쁜 것'이라는 낙인 효과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메타버스, K팝 팬덤 플랫폼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게임사로선 사회적 편견을 걷어낼 기회. 이참에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이 '규제'에서 '진흥'으로 확실히 전환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 이재홍 숭실대 교수(전 게임물관리위원장)는 "중국 정부가 '게임=아편'이라며 규제를 강화하고, 국내선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곤혹스러워진 게임사들에 '셧다운제 폐지'는 단비와 같다"며 "정부 정책이 융합산업인 게임·메타버스를 진흥하는 방향으로 가야 글로벌 4차산업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셧다운제, 10년 전엔

·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명분은 ①청소년의 적절한 수면 시간을 강제로라도 확보하고 ②게임 중독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게임과몰입이 '가상과 현실 혼동, 폭력모방 문제를 일으킨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4년 헌법재판소(2011헌마659)까지 갔지만 결론은 7 대 2로 합헌. 당시 헌재는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 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봤다.

▶ 10년 후 달라진 건?

· 규제가 시장의 진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2016년부터 PC게임 이용자 수를 추월하더니, 2019년엔 모바일 57.5%, PC게임 35.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온라인 PC게임만 단속하는 '셧다운제'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웹툰·소셜네트워크(SNS)·동영상 등 게임 외에 청소년이 몰입하는 온라인 콘텐트도 급증했다. 부모 주민등록번호 도용, 해외 불법 우회접속 등 셧다운제를 피해갈 길도 많다보니 규제의 실효도 떨어졌다.
· 특히, 최근 '글로벌 초통령' 게임 마인크래프트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셧다운제를 이유로 한국에서만 '마인크래프트 자바에디션'을 만 19세 이상 게임으로 발매하기로 한 것. 이 때문에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왔다.
· 국회입법조사처(입법영향분석보고서)도 20일 "셧다운제는 도입초를 제외하면 청소년 수면행태나 과몰입 위험군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청소년 인터넷 서비스 이용 분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청소년 인터넷 서비스 이용 분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게임업계 반응은? 학부모는? 

· 게임산업협회는 25일 "오랜 시간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옥좨온 갈라파고스 규제 폐지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현일 게임산업협회 홍보팀장은 "게임이 관리와 감시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익명을 원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유튜브나 웹툰에 비해 게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더 심했는데, 셧다운제 폐지로 게임도 건전한 취향 콘텐트로 인정받은 셈"이라며 "장기적으론 청소년들이 게임개발자를 꿈꾸고, 우수 인재가 편견 없이 게임업계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 반면, 좋은교사운동과 대한보건협회 등은 지난달 22일 "셧다운제 폐지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코로나로 아이들의 과도한 디지털미디어 이용이 늘어나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셧다운제 시간제한에 대한 전체 의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셧다운제 시간제한에 대한 전체 의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해외에선

· 세계 최초로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한 곳은 태국(2003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을 금지했다. 그러나 명의 도용 등 실효성 문제로 2년 만에 폐지됐다. 현재 한국 외에는 베트남(2011년 도입)과 중국(2007년 도입)이 셧다운제를 운영 중이다. 중국은 최근 셧다운제 적용 시간을 확대하는 등 게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 유럽·북미·일본 등에선 가정에 자율규제를 맡기고 정부는 과몰입 예방시스템을 운영한다. 쿨링오프제도(과도한 이용 시일정 시간 제한), 피로도 시스템, 스크린타임 부모 고지제 등이 대표적이다.

▶ 더 알아야 할 것

· 정부는 이날 게임 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표시의무화'와 '유해 게임광고·선전을 제한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선 '게임에서 특정 아이템의 당첨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게임사가 이를 비공개에 부쳐, 유료결제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후 게임사들이 자진해서 확률을 공개하는 등 자율 규제를 강화했지만, 정부는 규제 입법으로 방향을 잡았다.
· 익명을 원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대신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생긴다면, 게임업계엔 새로운 복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6개의 셧다운제 폐지법안과 3건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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