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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 “손흥민은 너무 큰 산, 배우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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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전북 현대의 2018년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만지고 있는 공격수 송민규. [사진 전북 현대]

전북 현대의 2018년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만지고 있는 공격수 송민규. [사진 전북 현대]

“포항을 상대로 골을 넣어도 당연히 ‘노 세리머니’죠.”

24일 프로축구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전북 현대의 왼쪽 공격수 송민규(22)의 말이다. 그는 다음 날(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이번 경기는 ‘송민규 더비’라 불린다. 포항은 송민규의 친정팀이다. 2018년 포항에서 데뷔해 2020년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지난달까지 포항에서 7골을 넣은 에이스였다. 포항 출신 전북 공격수 일류첸코도 지난 4월 포항전에서 두 골을 넣고도 친정팀 예우하느라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손준호, 김승대, 일류첸코에 이어 송민규까지 전북으로 떠나 보내자 포항 팬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게다가 송민규 이적 과정도 김기동 감독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 포항 구단은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어 사과문까지 올렸다. 송민규는 “이적 후에도 포항 경기를 빠짐없이 다 챙겨봤다. 포항을 떠났지만, 항상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승부는 양보할 수 없다. 송민규는 “(포항 골키퍼) 강현무 형이 요즘 ‘핫’하다. 세이브가 많다는 건 그만큼 볼이 많이 간다는 뜻이다. 현무 형을 뚫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포항 오범석이 “살살해라”라고 연락하자, 송민규는 “형, 제가 살살할 상황이 아니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송민규는 전북 이적 후 4경기에 출전해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송민규는 “공격 포인트가 없지만 팀이 3승 1무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부담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 올해 1월 올림픽대표팀 소속으로 포항과 연습경기를 했는데, 더 잘하려다가 골을 못 넣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송민규. [사진 전북 현대]

프로축구 전북 현대 송민규. [사진 전북 현대]

K리그1에는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이 있다. 1999년생 22세 송민규의 몸값은 그래서 폭등했다. 전북이 포항에 지불한 이적료는 21억원(추정)에 달한다. 송민규는 “과거 김신욱, 김치우 선수의 이적료가 20억원이라고 들었다.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매우 크다. 그래야 저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공격 포인트는 신경 쓰지 마라. 포항에서 하던 대로 하면 안 된다. 상대 팀은 어떻게든 전북을 잡아보려고 끈질기게 나온다. 압박을 이겨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에서 ‘검빨 유니폼’을 입었던 송민규는 ‘전북의 녹색 유니폼’이 아직 어색하다고 했다. ‘혹시 실수로 포항 선수에게 패스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송민규는 “색깔 구분은 잘한다”고 웃은 뒤 “제가 골을 넣는 순간이 전북에 100% 적응하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송민규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거의 뛰지 못했다. 멕시코와 8강전 명단에선 아예 제외돼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그는 “뛰고 졌다면 후회가 덜 할 텐데, 경기를 보며 소리만 지르다가 왔다. 아무것도 보여드리지 못했다. 제가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송민규는 지난 23일 A대표팀에 발탁됐다. 다음달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 2차전에 나선다. 송민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송민규는 지난 6월 월드컵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의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자책골을 끌어냈다. 송민규는 “흥민이 형이 ‘팀에 돌아가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흥민이 형의 존재만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포지션을 보면 손흥민은 경쟁자이기도 하다. 송민규는 “흥민이 형은 너무 큰 산이다. 하나라도 더 묻고, 더 배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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