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훈련용 활? 실전용이었다” 양궁부 학폭피해자 부친의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녁(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과녁(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경북 예천군의 한 중학교 양궁부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화살을 쏴 상처를 입힌 가운데 피해 학생의 부친이 “가해 학생이 사용한 활은 ‘훈련용 활’이 아닌 실전에서도 쓰는 활”이라고 주장했다.

"가해학생, 난 고등학교 가면 다시 양궁할 수 있다" 주장

피해 학생의 부친 A씨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북 지역 일부 언론에서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목적인지 몰라도 사건에 사용된 활을 계속 ‘훈련용 활’이라고 표현하는데 훈련용 활이라는 것은 따로 없다”면서 “훈련에서 쓰는 활을 실전에서도 쓰고 그 위력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 4일 오전 10시쯤 예천의 한 중학교에서 양궁부 3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을 겨냥해 3m 정도의 거리에서 활시위를 당겨 후배 학생의 옷을 뚫고 등에 상처를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이후 병원 치료를 받아 왔다. 피해 학생 측은 가해 학생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수년 전부터 머리를 때리고 따돌리는 등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들의 몸에 난 상처는 아물고 있지만 정신적 고통은 여전해 아직도 아들이 잠을 제대로 못자고 겨우 잠들더라도 소리를 지르며 깨는 등 악몽을 꾸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중학교는 피해 학생의 심리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23일부터 심리 상담을 시작한 상태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교 측은 지난 5일 규정에 따라 경북도교육청에 해당사안을 보고하고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어 학교폭력으로 결론을 내렸다. 도교육청은 오는 27일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의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교육청 청사 전경. 사진 경북도교육청

경북도교육청 청사 전경. 사진 경북도교육청

경찰 역시 피해 학생을 상대로 피해자 조사를 하는 등 사건 발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건 발생 당시 양궁부 코치진이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와 함께 학교폭력 연관성도 조사할 계획이다.

대한양궁협회도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엄중한 대응을 하겠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한양궁협회는 “최근 예천 지역 중학교에서 양궁계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피해학생의 치료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또 “금일(22일) 피해학생 학부모님과의 연락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해 협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라며 “피해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 상처가 이른 시일 안에 아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대한양궁협회보다 이 사건에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북양궁협회 측에서는 사과는커녕 연락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북양궁협회장이 ‘(올림픽으로) 이렇게 축제 분위기인데 분위기 흐려서야 되겠느냐’면서 사건을 그냥 묻고 넘어가자고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캡처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캡처

A씨는 “최근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학교 측이 양궁장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들었는데 양궁장 운영은 그만둬서는 안 된다”면서 “아들을 비롯한 피해 학생들이 양궁 훈련까지 하지 못하게 된다면 정서적으로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아들의 심리 상태 회복을 위해 심리 상담과 양궁 훈련을 병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궁부 코치 또한 가해 학생의 학폭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학교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고, 가해 학생 측의 합의서에 무단으로 도장을 찍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분명 합의하는 자리에 참석한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코치가) 합의각서에 집사람 도장을 찍어서 가해자는 그걸 경찰서에 제출을 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 학생이 친구들한테 ‘피해자 우리한테 졌어. 우리 아버지가 뒤에서 손 다 써놔서 고등학교 가면 난 다시 양궁 할 수 있어’라고 떠든다고 한다”며 “이런 코치 밑에서 양궁을 배우는 꿈나무들이 있다는 게 정말 안타깝다.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