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시도하고 있는 언론재갈법에 대해 “오로지 이 법은 가짜뉴스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서민들과 중소기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23일 송영길 대표)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단지 일반 국민과 기업을 위한 구제장치를 마련했는데 이를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말하느냐”라는 으름장도 놓는다.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가짜뉴스의 근원은 언론이 아니라 청와대”(22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가짜뉴스의 빅 마우스는 친정권 유튜브”(22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고 한다. 정치인과 유튜브는 빼고 권력 감시자인 기성 언론만 가짜뉴스 공장으로 콕 집은 건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건 명분일 뿐, 이 법의 수혜자는 국민이 아닌 권력자”(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라는 것이다.
국민 위해 코로나 괴담 잡던 언론, 그 언론 잡는 민주당
정부ㆍ여당은 그동안 코로나 19를 거론하며 “가짜뉴스 엄단”을 주장해왔다. “코로나19 가짜뉴스는 방역을 방해하고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 “백신 수급 관련 가짜뉴스가 국민의 불안을 부추긴다”(지난 4월 윤호중 원내대표) 등이었다.
실제 코로나19 창궐 초기에 한 고등학생이 “[속보]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2020년 1월 카카오톡)를 올렸고, “고춧대 달인 물을 마시면 코로나19에 완치된다”(지난해 12월 유튜브), “백신이 인간 유전자를 변화시킨다”(지난 3월 유튜브) 등의 가짜뉴스가 넘쳐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 허위 정보 유통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 조치(2020년 1월~9월)를 한 건 총 196건이었다. 네이버 카페(47건)ㆍ유튜브(23건)ㆍ페이스북(22건) 순이었고, 언론사 사이트는 딱 한 건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번 법안은 팩트 체크를 통해 이런 가짜뉴스를 걸러온 기성 언론을 겨냥했다.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은 17일 현안토론회에서 “지난해 8월 보수단체 광화문 집회 참석자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정부가 조작했다는 유튜브 영상과 올해 모더나 백신에 치명적 독극물이 있다는 루머를 팩트 체크한 곳이 모두 기성 언론사였다”라며 “허위조작정보에 진지하게 대처하는 나라라면, 언론을 허위조작정보 생산의 주범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야당에 공세ㆍ욕설 퍼붓는 유튜브는 제외
반대로 가짜 뉴스가 흘러넘치는 곳은 따로 있다. 유튜브 공간인데, 보수냐 진보냐 성향을 떠나 이미 논란거리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최근엔 친여(親與) 강성 유튜버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딴지방송국(구독자 84만명), 서울의소리(54만명), 김용민TV(50만명), 시사타파TV(48만명), 열린공감TV(45만명), 새날(42만명), 이동형TV(38만명) 등이 친문 지지층 규합과 여론 형성에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여당 지도부의 전화번호를 공개해 문자 폭탄을 유도하기도 한다.
특히 야권 대선 후보들에 대해선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인신공격들도 난무한다. 최근 야권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대통령 되면) 김건희(윤 전 총장 부인)가 요부가 돼서 대한민국 말아먹을 수도 있다”, “김건희의 점괘에 의해서 시와 때를 맞춰서 국민의힘에 들어갔다“, “괴물 하나가 등장해서 총기 난사. XX 무식” 등의 내용이 등장했다.
2018년 7월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스스로 목숨을 끊자, 현직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출연시켜 타살설을 제기한 곳은 뉴스타운TV(53만명)였다. 이 영상은 여전히 공개돼있고 지금까지 44만여명이 시청했다. 현 정부로의 정권 교체 트리거 역할을 했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곳 역시 유튜브 채널이다.
이낙연 “유튜브는 제외인가?”, 청와대 “유의 깊게 보겠다”
이렇듯 유튜브와 SNS 등이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돼 왔음에도 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에서 빠졌다.
그런데도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이낙연 전 대표는 “가짜뉴스 99.9%가 유튜브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이곳을 규제하지 않고 언론에 대한 규제법만 강화하고 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유튜브가 제외되어 있는 걸로 돼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직전 당 대표를 지낸 대선 주자가 기본적인 내용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관련 법 처리를 찬성해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도 핵심을 피하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인식조사를 인용해 “가짜뉴스 유통 경로로는 유튜브가 70.6%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가짜뉴스 근절 외치지만 (기성 언론만 넣은 건) 결국 정권 연장을 위한 마지막 퍼즐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권연장이란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내용은 유의 깊게 보겠다”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