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아나운서가 설 자리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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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다음 달 3일 가을 개편을 맞아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여러 프로그램에 PD와 기자, 프리랜서 방송인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자사 아나운서가 소외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KBS는 채널의 공익성 강화와 전문화를 꾀하면서 김병찬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KBS 2TV <연예가중계>에 책임 프로듀서인 박태호 PD를, 이재후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스포츠 중계석>엔 배재성 기자를 새 진행자로 내세웠다. 이들 프로그램은 줄곧 아나운서가 진행해 왔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기에 아나운서들의 심정은 더욱 착잡했다.게다가 각종 프로그램에 중량감을 주기 위해 연예인의 출연을 최소화한다면서 새로 투입한 진행자는 자사 아나운서가 아닌, 정은아 백지연 유정현 등 프리랜서 방송인이다.

이에 KBS의 일부 아나운서들이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아나운서는 "정작 이번 가을 개편에서 주요 프로그램엔 투입된 아나운서는 <스펀지>의 황수경, <좋은 나라 운동본부>의 황정민 정도뿐이다. 기자와 PD가 진행한다고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인가. 스포츠와 연예 오락 전문 아나운서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아나운서는 "뉴스 진행까지 점점 기자들이 점령하는 마당에 우리가 설 자리가 자꾸 좁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사 아나운서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지 않고 프리랜서들을 적극 기용했다는 점은 더욱 섭섭하다"고 말했다.

KBS 아나운서들의 이런 불만에 대해 일부에서는 '밥그릇 신경전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KBS 맨을 적극 기용한 개편'이라는 고위 관계자의 말과는 확실히 모순이 있는 듯하다.

일간스포츠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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