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투데이

미국 중간선거와 대외정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7일 치러지는 미국 의회 중간선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 같지 않다. 과거처럼 세금이나 물가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된 선거라면 부시 대통령은 좀 더 편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주간 휘발유 가격도 많이 떨어졌고 주식시장은 폭등해 1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공화당원들에겐 안됐지만 이번 선거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꼬일 대로 꼬인 이라크 전쟁이 최대 현안이다. 지난달에만 미군 101명이 전사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최악이다. NBC 방송과 월 스트리트 저널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가 다른 현안을 압도했다. 미국인 10명 중 약 4명이 이라크 전쟁을 걱정했고 22%만이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다 부시 대통령을 잠 못 들게 하는 몇 가지 통계가 더 있다.

첫째, 유권자의 3분의2 가량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수행 방식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둘째,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주도하길 바라고 있다. 37%만이 공화당을 원한다. 셋째, 54%의 유권자는 사담 후세인의 꽁무니를 쫓아다닐 만한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발발 이래 반대 의견이 가장 높다.

만약 정당 지지율로 의석을 배정하는 유럽식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민주당은 이번에 다소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의 선거 제도는 유럽과 다르다.

지역 단위로 투표가 이뤄지는 435개 하원 선거에서 현직 의원이 유리하다. 지명도가 높고 선거구도 현직에 유리하게 그어져 있다. 중간 선거는 유권자 참여가 대체로 낮아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더 많이 불러내는 정당이 유리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이런 게임에서 민주당보다 선전했다.

따라서 일방적인 승리는 없다고 예측하는 게 안전할 듯하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15석 정도 우위를 보일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하원 제1당이 되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이 6석 이상을 얻어 공화당으로부터 상원을 탈환할 것이라는 데 쉽게 돈을 걸 사람은 없어 보인다.

이번 선거의 성격은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신임투표 양상을 띠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지만, 만약 공화당이 하원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제2당으로 밀려나면 곧바로 레임덕에 빠지게 된다.

좀 더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의회 내 공화당 세력조차 부시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2008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쟁 반대를 외치는 정치인도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미군의 이라크 철군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대담하게 부시의 전쟁 행위를 공격하면서도 아직까지 명쾌하게 철군을 외친 민주당 거물 정치인은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금의 전쟁 진행 방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성급하게 철군해 미국의 힘과 명성에 흠집을 내고 국제 테러 조직과 이란에 승리를 넘겨 주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라크는 베트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을 잃었지만 동남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잃지도, 미국의 역내 우위를 깨뜨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는 더 큰 게 걸려 있다. 미국이 손을 든다면 테러 세력과 이슬람이 중동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존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존재조차 위협하게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하원뿐 아니라 상원 선거에서도 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의 적대 세력들이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전략 요충인 중동에서 미국의 주연 역할이 끝날 것으로 본다면 어리석은 행동이 될 것이다.

요제프 요페 독일 디차이트 발행인

정리=장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