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 전 조상들의 설사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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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약으로 쓰인 '쥐손이풀'
충청매장문화재연구원이 2004년 말 충남 부여군 은산면 가중리 원삼국시대 집터 바닥에서 출토된 곡물들을 최근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및 충남대 고고학과와 함께 분석한 결과, 예부터 설사약으로 널리 쓰였던 다년생 약초인 '쥐손이풀' 씨앗 17개가 확인됐다. [연합뉴스]

1800여년전 원삼국시대 집터에서 선조들이 달여먹었던 것으로 보이는 약초 탄화물이 최초로 발견됐다고 한겨레 신문이 6일 전했다.

충청문화재연구원은 2004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 가중리에서 발굴한 1 ̄3세기 원삼국시대 집터의 출토 곡물들을 최근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충남대 고고학과와 공동 분석한 결과, 설사약(지사제)으로 쓰이는 다년생 약초 '쥐손이풀'(제라늄.사진)의 씨앗 17개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쥐손이풀 씨앗은 콩과 비슷한 모양과 크기로, 네모진 집터 바닥에 깔린 채 나왔다. 씨앗들은 약재로 달여먹기 위해 풀의 줄기를 다듬고 쳐내는 과정에서 떨어진 것으로 연구원쪽은 추정했다. 쥐손이풀은 설사를 멎게하는 효능이 뛰어나 옛부터 민간요법에서는 지사제로 널리 알려져 있고, 위장병, 류머티스 등의 치료제, 해열제로도 쓰였다.

국내 선사.고대 유적지에서 약초 식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쥐손이풀 씨앗은 연구원이 서울대 기초과학 공동기기원에 연대 측정을 의뢰한 결과, 기원후 70 ̄250년께의 것으로 나타나, 같은 집터의 딸림 유물인 숯(목탄) 연대와 일치했다. 이를 통해 당시 집터에 살던 옛 사람들이 상비약으로 쓰려고 의도적으로 보관했다는 점이 입증된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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