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웨서릴 하원의장이 본 「한국정치」(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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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 독주 막는 건 원내투쟁뿐 야 희망 버리지 말고 싸워야”
여야대립으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내한한 버나드 웨서릴 영국하원의장은 『가장 효과적인 투쟁장소는 의사당』이라고 훈수했다.
영국하원의장으로는 처음 우리나라에 온 웨서릴의장은 의회민주주의 본산지의 수장답게 『야당은 희망을 버리지 말고 끝까지 원내에서 투쟁할 때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뼈있는 충고를 했다.
보수당 출신인 웨서릴의장은 하원의장이 된 후 관례에 따라 당직을 떠났다.
­야당의 국회등원 거부에 대한 견해는.
『영국의회에서도 의원직사퇴 또는 의사당퇴장 등과 같은 일이 종종 발생했으나 그들은 항상 돌아왔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가장 효과적인 투쟁장소는 거리가 아닌 의사당이라는 점이다.』
­보수당이 야당시절 원내총무를 지낸 경험에 비춰 여당의 일당독주를 막을 효과적인 방법은.
『두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는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승리를 쟁취할 때까지 원내에서 끝까지 투쟁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으로 결국 승리했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중심제중 개인적으로 한국에 추천하고 싶은 제도는.
『한국의 정치제도를 추천한다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영국에서도 왕이 대통령의 역할을 했던 시기가 있었으나 결국 의회가 정치를 맡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경험을 한국에 추천할 입장은 되지 못한다. 정치제도는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페르시아만사태와 관련,한국에 군사비지원을 요청했는데 합당한 처사라고 보는가.
『중동은 지난 3개월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침략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힘을 앞세운 이같은 침략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막아야 하며 이를 묵인할 경우 향후 국제사회에서 소국은 안심하고 지낼 수 없게 된다는 데 우리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영국정부가 북한과의 접근을 시도할 경우 의회의 입장은.
『남북한간에 진정한 통일의 의지가 있다면 동서독의 통일을 도운 것처럼 영국은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이다.』
­노태우대통령에게 전달할 대처총리의 친서가 있는가.
『친서는 있으나 그 내용은 알지 못하고 있다. 대처총리가 노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주문한 「한국전에서의 영국(The British In the Korean War)이란 책자와 함께 친서를 전달할 것이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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