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복권」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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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좋은 꿈이다. 돼지꿈-.
수백마리의 돼지 중 한 마리를 타고 맑은 물을 건넜다.
좋은 꿈을 꾸고 나니, 기분이 몹시 상쾌해 제일 먼저 복권 생각이 났다. 5백원도 아까워 생전 사지 않던 복권을 1천원을 내고 두 장이나 샀다. 1등은 1억5천만원이라는데…. 상상도 안 되는 많은 돈이다.
수·목·금·토·일-. 발표 날까지의 기다림은 기분 좋은 기다림이다.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드디어 일요일. TV화면을 모른 척 했다. 팽팽한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늦추고싶어서 다른 일로 분주한 체 했다. 과연 어찌 됐을까. 혹시 1등에 당첨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복권번호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월요일이 되자 가슴이 콩콩 두방망이질을 했다. 저녁 늦게 두 아이들을 데리고 복권판매소에 갔다.
수많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복권을 꺼내 맞추어봤다.
1등을 기다리면서 6등부터 맞춰 본다. 없다. 1등까지 다 보았지만 내 번호는 없었다. 씁쓰레하고 허망했다. 피식 웃음도 나왔다. 실망하는 마음 반, 차라리 잘됐어 하는 마음 반으로 걸어가는데 남편이 온다.
『복권이 꽝이에요』 남편은 복이 새어 나갈까봐 꿈 이야기도 물어 보지 못했다며 웃고 만다.
그래,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마음으로 복권을 사겠지.
혹시 행운의 주인공이 내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그럼 그렇지, 그렇게 쉽게 돈이 들어오면 안되지, 열심히 땀흘려 벌어야지, 그것이 진짜 보람있는 돈이야.
나도 이제 1주일간의 헛된 꿈을 끝내고 더욱 더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야지. 푸르고 싱그러운 화초들에 물을 주며 이런 생각에 잠겨 본다. 장영옥<경기도 부천시 괴안동 역곡 현대아파트 2차102동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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